인구 37% 백신 맞은 칠레, 하루 8000명 확진 왜

중앙일보

입력 2021.04.08 01:16

수정 2021.04.08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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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중부 발파라이소에서 지난 6일 주민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칠레는 접종률이 36.7%지만 하루 확진자가 지난 2일 8000명일 정도로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AFP=연합뉴스]

남미 국가 칠레는 현재 전체 인구의 36.7%가 코로나19 백신을 한 차례 이상 맞았다. 이스라엘(61%)과 영국(46.5%) 다음으로 높은 비율이다. 이런 칠레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이래 최근까지 신규 확진자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4일 백신 접종을 시작할 당시 하루 2000명대였던 신규 확진자는 갈수록 늘어 지난 2일엔 8000명을 넘었으며, 5~6일엔 하루 5000명대였다. 최근 재봉쇄를 결정했을 정도다. 도대체 왜 이럴까.

접종률 1% 때부터 거리두기 완화
접종자 90%는 중국 시노백 맞아

지난 6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스라엘과 칠레 모두 접종 선두인데, 왜 한 나라만 다시 봉쇄하나’란 기사에서 이유를 분석했다. 가디언은 칠레가 방역을 위한 봉쇄를 지나치게 일찍 풀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칠레는 백신 접종률이 1% 미만이던 지난 1월 체육관·카지노 등 일부 상업시설의 문을 다시 열었고, 이동 제한도 완화했다. 이스라엘이 지난 2월 접종률이 50%를 넘은 다음에야 봉쇄를 푼 것과 대조적이다. 칠레 감염병 전문가 클라우디아 코르테스 박사도 미국 공영 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봉쇄의 조기 완화로 ‘이젠 긴장을 풀어도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준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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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칠레에서 쓰는 백신의 종류에 주목했다. 칠레 접종자의 90%가 중국산 시노백 백신을, 10%가 화이자 백신을 각각 접종받았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화이자 백신 한 종류만 접종받았다. 임상시험 결과 예방 효능이 화이자 백신은 95%, 시노백 백신은 지역에 따라 50~83.5%로 나타났다.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접종률이 20% 이상으로 비교적 높은데도 확진자가 늘거나 줄지 않는 나라의 상당수가 중국산 백신을 다른 백신과 함께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노팜 백신을 사용하는 바레인(31.4%)·헝가리(25.2%)·세르비아(21.8%), 시노백 백신을 접종하는 우루과이(20.9%)가 여기에 해당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효능이 있는 백신을 일정 수준 이상 접종하면 확진자가 감소하는 건 과학 영역이라 예외가 발생하기 어렵다”며 “접종률은 높은데 코로나19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거나 나빠진다면 접종 백신 효능과의 연관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백신 효능이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포브스는 칠레의 재확산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변이 바이러스 확산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칠레와 같은 남미 국가인 브라질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