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4일 백신 접종을 시작했을 당시 하루 신규 확진자는 2000명대. 이후 증가 추세를 이어가더니 지난 2일 8000명을 넘어섰다. 이어 5~6일에는 50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칠레에선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접종률 1% 미만일 때 봉쇄 빨리 풀어
최근 최대 8000명 급증, 결국 재봉쇄
브라질발 변이 등도 영향 미친 듯
칠레는 지난 1월 체육관·카지노 등 일부 상업시설의 문을 다시 열고, 이동 제한도 완화했다. 백신 접종에 앞서 국경은 이미 열어 둔 상태였다. 1월 칠레의 백신 접종률은 1% 미만이었다. 이스라엘이 지난 2월 접종률이 50%를 돌파한 뒤에야 봉쇄를 풀기 시작한 것과 대조적이다.
포브스는 정확한 영향을 측정하긴 어렵지만 전파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도 칠레에서 벌어진 상황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칠레 이웃 국가인 브라질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가 남미 곳곳에 번지고 있어서다. 브라질을 중심으로 칠레·페루·우루과이·베네수엘라 등이 재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백신의 종류'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고 봤다. 칠레에서 백신을 맞은 사람 중 90%가 중국 시노백 백신을, 10%가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았다고 전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화이자 백신 한 종류만 접종받고 있다. 임상 시험에서 나타난 효능이 화이자 백신은 95%, 시노백 백신은 지역에 따라 50~83.5%였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공교롭게도 백신 접종률이 20% 이상으로 비교적 높은데도 확진자가 증가 추세이거나 줄지 않는 나라들 가운데는 중국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나라들이 많다. 시노팜 백신을 사용하는 바레인(31.4%), 헝가리(25.2%), 세르비아(21.8%)와 시노백 백신을 쓰는 우루과이(20.9%)가 이에 해당한다.
다만 백신의 효능이 나타나는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정부 최고의학보좌관인 크리스 휘티 교수는 "백신 접종에 있어 우리보다 앞서거나 나란히 있는 국가들에서 배울 점이 있다"면서 "칠레는 단지 많은 사람에게 백신 접종을 했다고만 해서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