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에 안옮기려…” “화이자라서…” 104세 어르신도 맞았다

중앙일보

입력 2021.04.02 00:02

수정 2021.04.02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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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75세 이상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1일 시작됐다. 이날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수원 지역 첫 일반인 접종자로 104세 김모 어르신이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뉴스1]

1일 오전 9시 서울 송파구 예방접종센터. 만 75세 이상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날 시작됐다.
 
이날 첫 번째 접종자로 나선 박양성(85)씨는 미리 와 열을 재고 예진표를 작성했다. 그는 취재진을 향해 “(지병으로) 당뇨·고혈압이 있지만 컨디션이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긴장을 해서인지 전날 밤잠을 좀 설쳤다고 한다.

75세 이상 백신 접종 첫날 표정
“긴장해 밤잠 설쳤다”는 80대도

의료진이 박씨의 어깨 삼각근에 화이자 백신을 놓았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5도의 초저온 유통·보관이 필요하다. 첫날 접종을 위해 전날 오후 4시40분에 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박씨는 접종 뒤 “다른 주사랑 똑같다. 아프지 않다”며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말이 많아 염려했었다. 지나 봐야 (접종 후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지) 알겠지만 맞고 보니 괜찮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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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이 일반인으로 확대돼 전국 예방접종센터 46곳에서 만 75세 이상 노인에 대한 접종에 들어갔다. 지난 2월 26일부터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종사자와 입원·입소자, 코로나19 치료병원 종사자, 1차 방역대응 요원, 의료기관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이 진행됐다.
 
만 75세 이상(1946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 인구는 총 350만8975명으로, 모두 화이자 백신을 맞는다.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조사 대상 204만1865명 가운데 86.1%(175만8623명)가 백신을 맞겠다고 응답했다.
 
이날 접종한 박씨는 “(주위에서) ‘화이자가 안전하다’고 해 더 안심된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둘러싸고 국내외에서 접종 후 희귀 혈전 사례가 보고돼 안전성 논란이 제기된 영향으로 보인다. 독일은 전날(현지시간) AZ를 60세 이상만 접종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백신 접종과 혈전 생성 사례 간 연관성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화이자 백신도 혈전 사례가 나왔지만 국내 접종자에게서는 보고되지 않았다.
 
이날 센터를 찾은 서정옥(86)씨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혹여나 가족에게 코로나19를 감염시킬까 봐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서씨는 “(나로 인해) 손자·손녀·자식에게 전염될까 봐 맞았다”며 “경로당에서 ‘(백신이) 위험하다’고 해 (처음엔) ‘안 맞는다’고 했다. 화이자라고 해서 맞았다”고 말했다.
 
서씨는 고혈압·당뇨·고지혈증의 기저질환자다. 허리 통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날 열이 나 병원을 갔다 왔다”며 “오늘 아침에 혈압약을 먹고 해열제 2알을 먹었다”고 말했다. 서씨는 발열 체크 때 문제가 없었다.  
 
박씨와 서씨 모두 접종 후 이상 반응을 살피기 위해 센터에서 30분간 대기했다. 다행히 특이한 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거동이 불편한 접종 대상자의 이동 편의를 위해 버스 4대를 준비했다”며 “만일의 돌발 상황에 대비하려고 안전요원도 배치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거여2동에 사는 접종 대상자의 80%가 동의했다. 일부 연락 안 된 분들도 있다. 동의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강미애 송파구보건소 건강기획팀장은 “접종 후에는 이상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안내문자 메시지를 보낸다”며 “염려되는 것은 혼자 사는 노인들인데, 동 주민센터 복지팀에서 통·반장을 통해 안부 전화를 할 예정이다. 만일 전화 연결이 안 되면 통·반장이 집으로 찾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