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프리츠커상은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교훈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도시의 밀도가 높다는 이유로 우리는 인간이 누려야 할 공간에 대해 극도로 인색했던 것은 아닐까. 경제적인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닭장 같은 공간에 갇혀 사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 것은 아닐까? 건축가들은 이같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가? 올해 프리츠커상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프랑스의 듀오 건축가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일상생활 공간이 너무도 중요하다'는 신념을 갖고 설계 작업을 해온 건축가에게 경의를 표한 것이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올해 수상자는 프랑스 듀오 건축가 안 라카통(Anne Lacaton)과 장 필립 바살(Jean-Philippe Vassal)로 선정됐다. 프리츠커상을 주관하는 하얏트재단은 16일(현지시간) 두 사람을 올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프리스커상 심사위원단은 수상자를 발표하며 "앤 라카통과 장 필리페 바살은 건축이 우리 공동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주거환경 개선에 두각
집, 아파트에 '열린 공간'
공공주택 설계에도 적용
톰 프리츠커 하얏트재단 회장은 발표문을 통해 "라카통과 바살은 민간·공영주택, 문화·교육기관, 공공 공간, 도시개발 등의 설계를 통해 기존 건축물의 지속 가능성을 심사숙고하고 프로젝트를 구상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은 인간의 풍요를 우선시함으로써 건축이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으로 개인에게 혜택을 줄 수 있으며, 도시의 진화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기존 건물을 절대 부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며서 낡은 공공 건축물이나 주택 등 주거 공간을 저렴한 비용으로 넓히고 기능을 살려내는 작업을 해왔다.
AP에 따르면 라카통은 "좋은 건축은 열려 있다. 삶에 열려 있다"며 "건축은 드러내놓고 표현하거나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친근하고, 유용하고, 아름다운 것이어야 하며 그 안에서 삶이 지속될 수 있도록 조용히 도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얏트재단은 " 두 사람은 "오랫동안 '더 넓은 공간은 일상생활에서 매우 중요하다(more generous space is extremely important for everyday life)'는 이론에 초점을 맞춰왔다"며 "이들은 항상 요청받은 기준보다 더 많은 공간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두 사람은 1970년대 후반 프랑스 남부 보르도에서 건축을 공부하며 만났다. 1987년 보르도에서 설계 사무소를 함께 열고 일해왔으며 2000년에 파리로 옮겨왔다. 하얏트재단은 "이 듀오의 건축물은 사회적 정의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그들의 주장을 반영하고 있다"며 이들이 "경제적이고 생태적인 재료"를 사용한 점에도 주목했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