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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건축계 노벨상', 40년 '뚝심' 두 여성 건축가가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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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프리츠커상 수상자 이본 파렐과 셸리 맥나마라. 사진 Alice Clancy 촬영. [하얏트재단]

2020 프리츠커상 수상자 이본 파렐과 셸리 맥나마라. 사진 Alice Clancy 촬영. [하얏트재단]

 "건축은 지구 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중요한 문화 행위 중 하나입니다. 건축가가 된다는 것은 엄청난 특권이고, 이 상을 받는다는 것은 건축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더욱 단단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큰 영예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3일 프리츠커상 수상자를 발표하며 하얏트 재단의 톰 프리츠커 회장은 아일랜드 출신의 두 여성 건축가에게 이 같은 찬사를 표했다. '건축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주관하는 하얏트 재단은 이본 파렐과 셸리 맥나마라를 올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아일랜드 건축가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또 여성 건축가로는 4번째다. 여성 건축가로는 2004년 이라크 출신의 자하 하디드가 처음 받았고, 2010년 일본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2인조 중 1인), 2017년 스페인 건축가 카르메 피엠(3인조 중 1인) 등이 남성 동료들과 함께 받은 바 있다

프리츠커상 수상은 아일랜드 출신듀오 파렐과 맥나마라 #1978년 설계사무소 시작, 2008년부터 국제 무대서 주목 #대학건물, 문화회관..."지역성 탁월히 살리면서도 국제적" #

프리츠커 건축상은 세계 최대 호텔 체인 '하얏트'를 소유한 미국 시카고 부호 가문 프리츠커 가(家)가 인류와 건축 환경에 의미 있고 일관적인 기여를 한 생존 건축가를 기리기 위해 1979년부터 시상해왔다.

"힘과 섬세함의 균형 돋보여"  

프리츠커 회장은 파렐과 맥나마라에 대해 " 1978년대부터 40여년간 건축가와 교육자로서 도시 환경과 기술을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역사를 존중하며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왔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어  "그들은 건축물이 지어지는 현장 고유의 맥락을 살리고 힘과 섬세함의 균형을 조율하며 자신의 건축적 목소리를 내는 영향력 있는 작품을 빚어왔다"고 평했다.

프리츠커 회장은 "두 사람은 특히 2018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접근방식과 협력에 대한 믿음, 건축에 대한 끊임없는 헌신과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줬다"면서 "이들이야말로 자신들이 일하는 지역의 특성을 끌어안으면서 국제적인 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파렐과 맥나마라는 누구?  

이본 파렐과 셸리 맥나마라. [사진 하얏트재단]

이본 파렐과 셸리 맥나마라. [사진 하얏트재단]

이본 파렐(69)과 셸리 맥나마라(68)는 아일랜드 더블린 UCD 건축대학원에서 만났다. 1976년 졸업하자마자 각각 UCD에서 강의를 시작해 2015년에는 부교수로 임용됐다. 파렐은 "가르친다는 것은 우리 경험을 농축시키고 그것을 다른 세대에게 전하며 우리가 경험하고 배운 것들을 통해 문화에 기여하는 방법이었다"면서 "학생들과 우리는 서로에게 배우는 관계였다"고 말했다.

1978년 파렐과 맥나마라는 다른 3명과 함께 사무실이 있던 거리의 이름을 따서 '그래프턴 아키텍츠(Grafton Architects)'란 이름의 설계사무소를 설립했다. 처음엔 다섯명으로 출발했지만 후엔 파렐과 맥나마라만이 남았다.

그들의 대표 작업으로는 노스 킹 스트리트 하우징(2000, 아일랜드)을 비롯해 아일랜드 도시 연구소, 로레토 커뮤니티 스쿨(2006, 아일랜드), 리머릭 대학교 의과대학(2012, 아일랜드) 등이 있다. 교육기관과 문화 기관 작업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2008년부터 국제무대서 주목  

[사진 하얏트재단]

[사진 하얏트재단]

[사진 하얏트재단]

[사진 하얏트재단]

킹스턴대 타운하우스 빌딩 Town House Building, Kingston University.촬영, Ed Reeves[사진 하얏트재단]

킹스턴대 타운하우스 빌딩 Town House Building, Kingston University.촬영, Ed Reeves[사진 하얏트재단]

그들이 처음으로 국제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8년에 이르러서였다.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건축 축제에서 밀라노의 유니버시타 루이지 보코니(Milan, 2008) 프로젝트로 '올해의 세계 건축상(World Building of the Yea)'을 수상한 것. 그 후 건축계의 갈채가 이들에게 쏟아졌고 국제 프로젝트가 줄이어 그들을 찾아왔다. 그들이 설계한 페루 리마의 UTEC 대학 캠퍼스(2015)는 2016년 영국 왕립건축가협회(RIBA)로부터 제1회 RIBA 국제상을 받았고, 이후 프랑스 파리와 툴루즈 등에서의 프로젝트가 완공됐다.

이들이 운영하는 그래프턴 아키텍츠 설계사무소는 2012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은곰상을 받았으며 2020년 영국왕립건축가협회에서 로열 골드메달을 받았다.

"장소에 대한 이해가 남달랐다"

University Campus UTEC Lima, Iwan Baan 촬영.[사진 하얏트재단]

University Campus UTEC Lima, Iwan Baan 촬영.[사진 하얏트재단]

[사진 하얏트재단]

[사진 하얏트재단]

심사위원들은 "프리츠커상은 무엇보다도 인류에 대한 일관된 서비스에 무게를 실어왔다"면서 "두 사람은 1978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작업하며 건축물이 지어질 장소, 그것이 수용할 기능, 특히 그곳에 거주하고 사용할 사람들을 위해 최고의 건축 품질을 일관되게 추구해온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적으로 남성이 우세한 이 분야에서 그들은 철저한 직업정신을 갖고 모범적으로 자신들의 길을 개척해왔다"고 박수를 보냈다.

또 이들은 "장소에 대한 깊은 이해, 예리한 관찰력, 개방적이고 호기심 많은 탐구력, 문화와 문맥에 대한 깊은 존경심으로, 참신하고 현대적이면서도 환경과 도시에 가장 적절하게 어울리는 건축물을 선보여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그들이 설계한 아일랜드 도시 연구소(Dublin, 2002)는 여러 상황에 대응하는 재료의 변화를 통해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건물인 동시에,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건물이라는 평가다. 페루 리마에 있는 대학 캠퍼스 UTEC(2015년)나 밀라노의 보코니 경제대학 건물(2008년)과 같은 대형 건물에서 서로 다른 크기의 공간과 부피의 구성을 통해 휴먼 스케일을 적절히 실현했다. 심사위원단은 "이들은 아담한 규모의 주택에서부터 큰 기관 건물등을 설계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거나 경박한 몸짓 없이 섬세하게 그 안에 공동체를 형성하는 더 친밀한 공간을 만들어 냈다"고 덧붙였다.

 Universita Luigi Bocconi, photo courtesy of Alexandre Soria.[사진 하얏트재단]

Universita Luigi Bocconi, photo courtesy of Alexandre Soria.[사진 하얏트재단]

 Parnell Square Cultural Quarter, City Library, rendering courtesy of Grafton Architects. [사진 하얏트재단]

Parnell Square Cultural Quarter, City Library, rendering courtesy of Grafton Architects. [사진 하얏트재단]

[사진 하얏트재단]

[사진 하얏트재단]

맥나마라는 수상 소식을 듣고 "우리에게 설계를 의뢰하고 우리가 꿈꾼 건축물이 실현될 수 있게 해준 사람들의 야망과 비전이 훌륭하게 인정받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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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커상은 살아있는 건축가를 대상으로 매년 수여되며 흔히 "건축가의 노벨상"이라 불린다. 상금은 10만 달러(한화 약 1억 2000만원). 이 상은 전세계 건축학적으로 중요한 장소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수상자에게 수여된다.

지난해 프리츠커상은 일본 건축가 이소자키 아라타가 받았다. 지금까지 일본 건축가는 1987년 탕게 겐조가 수상한 것을 비롯해 1995년 안도 다다오, 2010년 세지마 가즈요,이시자와 류에, 2013년 이토 토요, 2014년 반 시게루 등 총 8명이 받은 바 있다. 미국 건축가도 8명이 수상했으며, 중국 건축가로는 2012년 왕슈가 수상한 바 있다. 이 상을 수상한 한국 건축가는 아직 한 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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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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