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위스키 사랑하는 한국인만을 위한 위스키 나왔다

중앙일보

입력 2021.03.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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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110) 

좋아하는 아이돌의 곡을 만든다거나, 좋아하는 자동차 브랜드의 디자인을 담당하게 된 사람을 예사말로 ‘성공한 덕후’, ‘성덕’이라 부른다.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이 성덕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직접 위스키 샘플을 시음해보고 맛있는 위스키를 제품화하는 일’도 성덕의 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올드풀트니 위스키 샘플 테이스팅. [사진 김대영]

 
작년 6월, 성덕이 될 기회가 생겼다. 위스키 수입사 메타베브에서 올드풀트니(OLD PULTENEY) 싱글캐스크(하나의 오크통에서만 병입하는 위스키)를 위한 테이스팅에 초대한다는 연락이 왔다.
 
스코틀랜드에서 보내온 샘플 위스키를 맛보고 괜찮은 위스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좋은 기회라도 맛이 없으면 추진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싱글몰트 위스키만의 개성이 충분했다. 그렇게 한국의 위스키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위스키, ‘EXCLUSIVE TO Whisky Lover in KOREA’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올드풀트니 2006-2020 케스크 No. 1445, 53%. 한국의 위스키 애호가만을 위해 282 병이 출시됐다.

 
고난도 있었다. 위스키 샘플 시음부터 제품화까지 4~5개월 걸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코로나 확산이 변수였다. 영국의 코로나19 확산과 팬데믹으로 모든 생산공정에 차질이 생겼다. 연기에 연기를 거듭했다. 성덕이 되는 길은 녹록하지 않았다. 올드풀트니 증류소에서 생산이 늦어져 미안하다는 편지를 보내주는 등 배려를 해줘 인내할 수 있었다.


한국에 도착한 올드풀트니 싱글캐스크 위스키. [사진 김대영]

 
해가 지나고 2021년 2월, 드디어 282병의 위스키가 도착했다. 2020년 6월에 위스키 샘플 테이스팅을 해 2021년 2월 말에 왔으니, 약 8개월 이상 걸린 셈이다. 바로 오픈해서 맛을 봤다. 바나나, 살구, 열대과일 등 다양한 과일향과 꿀의 달콤함, 오일리한 질감과 스파이시 피니시. 그리고 마지막에 바닷가가 연상되는 짭짤함까지.
 

올드풀트니 싱글캐스크. [사진 김대영]

 
282병의 주인은 모두 정해졌다. 위스키 맛보다 더 좋은 건, 이 위스키를 마시는 사람들이 보낼 행복한 시간이다. 가족, 친구, 지인, 때로는 혼자서 위스키를 즐기는 모습을 상상하면 즐겁다. ‘Whisky Lover in KOREA’라는 문구가 한국의 위스키 러버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는 것. 앞으로도 한국에 특별한 위스키가 많이 소개되길 바란다.
 
위스키 인플루언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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