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창업자)이 제시하는 쿠팡의 비전이다. 국내 이커머스의 역사는 ‘BC’(비포 쿠팡)과 ‘AC’(애프터 쿠팡)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쿠팡은 기존 유통시장을 뒤흔든 ‘메기’로 불려왔다.
이르면 다음달 상장, 가치 30조 추정
지난해 매출 13조원…두 배로 성장
인프라·신규사업 확대 가속도 낼듯
2025년까지 일자리 5만 개 창출
국내 1호 유니콘의 미 증시 직상장
쿠팡이 이날 SEC에 제출한 S-1 신고서류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은 매출 119억6700만 달러(약 13조2500억원)를 기록했다. 2019년 7조1530억원보다 거의 두 배(85.2%)로 성장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쿠팡이 11조1000억원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지난해 영업적자는 5억2770만 달러(약 5800억원)로 2019년 7205억원보다 개선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코로나19) 여파로 안전감시단 2400명 운영, 방역시스템 마련 등에 5000억원을 지출한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선전한 셈이다.
기업가치 30조원대…투자 가속화할 듯
업계에선 쿠팡이 NYSE 직상장을 선택한 배경으로 안정적인 투자자금 확보를 꼽는다. 쿠팡은 지금까지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등으로부터 34억 달러(약 3조76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지만 2018년 이후 비전펀드를 포함, 추가 투자가 끊긴 상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해 3분기 투자금 회수(엑시트·exit)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김 의장이 상장을 통해 자금을 마련한 뒤 쿠팡의 사업모델을 확대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쿠팡은 S-1 서류에서 “2019년까지 누적 적자가 35억6600만 달러(약 3조9500억원)였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비용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면서도 “앞으로도 고객 기반을 늘리고, 마케팅 채널을 확장할 것”이라며 투자 확대 노선을 분명히 했다.
업계는 쿠팡이 풀필먼트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한다. 풀필먼트란 판매자의 상품을 보관·배송·고객 응대까지 일괄 대행해주는 서비스다. 물류센터나 거점 캠프가 많을수록 당일배송·신선배송 등 쿠팡의 강점이 강화되는 구조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쿠팡은 수수료 수익 확보와 택배 밀집도 향상을 통한 단가 하락, 카테고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 풀필먼트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쿠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국내 30여 개 도시에 150개 이상의 주문처리·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직고용한 배송 인력만 1만3000명이 넘는다. 2025년까지 일자리 5만 개를 만들 계획이다.
OTT·라이브커머스로 광폭 행보
모두 ‘락인(잠금) 효과’를 노리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쿠팡의 행보는 고객이 최대한 오래 체류할 수 있도록 쿠팡 내에서 모든 것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유럽의 시장조사업체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중국과 미국, 영국, 일본에 이어 세계 5위다. 한해 성장률이 11~14%로 한국이 2024년께 영국·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본다.
쿠팡은 2016년 매출 1조원을 넘어선 이래 매해 40~60%씩 성장하고 있다. 2018년 1분 이후엔 매 분기 우상향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쿠팡의 재구매·추가구매 비율은 90%에 이른다. 2016년 87%보다 3%포인트 늘었다. 포브스 미국판은 과거 김범석 의장과 인터뷰에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한국 진출을 꺼리는 이유가 쿠팡과 김범석 의장 때문”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쿠팡은 S-1 서류에서 아마존과 비교해 자사의 경쟁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마존보다 더 빠르고, 더 저렴하며, 더 확실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주문한 다음 날 상품을 받을 수 있는 로켓배송, 월 2.5달러(2900원) 무료배송, 간편한 반품 시스템 등을 사례로 들었다.
국내 이커머스 대혼전 예고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또 한 번 시장을 휘젓는다면 국내 유통시장은 합종연횡과 인수합병 등 격변에 휘말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쿠팡 관계자는 “미국 SEC 규정 및 관련법에 따라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