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등에 관여했던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이날 중앙일보에 “2018년 정상회담 직후 남북 협력과 관련된 향후 아이디어를 내라는 요청이 통일부 등을 통해 전 부처에 공지됐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부에서 북한 원전 지원 관련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현실성 문제로 검토 이전 단계에서 폐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권 관계자 “북과 협력 아이디어
통일부 통해 당시 전부처에 요청”
준비위원장은 임종석 비서실장
가스공사도 대북 에너지 보고서
이와 관련, 중앙일보가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통일부 정책실과 기조실 등의 ‘공문 수·발신 대장’에서는 그해 5월 1일자로 비공개 ‘업무협의 개최’와 ‘비밀취급인가 신청’ 공문이 다수 발송된 사실이 확인된다.
한 전직 고위 공무원은 “수조원짜리 원전 건설안을 상부 지시도 없이 서기관이 자발적으로 검토하다 말았다는 것 은 통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산업부 공무원들이 감사를 앞두고 굳이 심야에 사무실에 들어가 내부 검토자료를 무더기로 삭제한 이유도 여전히 의문이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문건들은 일요일 밤 11시(2019년 12월 1일)부터 자정을 넘겨 다음 날 오전 1시20분까지 삭제됐다.
더욱이 구속 기소된 산업부 공무원들의 혐의는 감사 방해 목적으로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는 것인데 당시 감사 대상은 월성 원전이지 북한 원전은 아니었다. 산업부는 “문건 삭제에 대해서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유감”이라면서도 “다만 산업부 차원의 개입은 아니며 수사와 재판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원전 건설 검토에는 산업부뿐만 아니라 산하기관까지 참여한 사실도 확인됐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한국가스공사가 국민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제출받은 ‘북한의 에너지 현황 및 천연가스사업 협력방안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가스공사는 2018년 7월 산학협력단에 연구용역(사업비 5100만원)을 의뢰해 같은 해 12월 보고서를 받았다.
윤 의원은 “유엔 제재 상황에서 산업부에 이어 그 산하 공기업에서도 원전을 포함한 대북 발전소 건설 방안을 검토했다는 건 우연이라고 볼 수 없다”며 “청와대 차원의 관련 지시가 있었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스공사 측은 “북한 현황 파악을 위한 기초 연구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유지혜·강태화·현일훈 기자 thkang@j 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