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는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러시아 항공사 포베다의 비행기를 타고 모스크바로 향했다. 그는 출국 전 "고국으로 돌아가게 돼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독극물 테러 회복 뒤 5개월만에 귀국
기내서 승객들 박수 받으며 내려
입국심사대서 요원들에 의해 체포
바이든 측 "즉각 석방해야"
그는 몇 시간 뒤 모스크바 외곽 세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개된 현장 영상에 따르면 나발니는 승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기내를 나섰다. 입국심사대 도착 전 짧은 인터뷰에서 "내가 옳다는 것을 알기에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며 "나를 겨냥한 형사 사건은 모두 조작됐다는 것을 안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입국심사대에서 그를 기다리던 연방형집행국 요원들에 체포됐다. 혐의는 2014년에 받은 집형유예 판결 관련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는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를 껴안고 입맞춤한 뒤 이송됐다. 나발니는 집행유예 취소 소송이 예정된 이달 말까지 구치소에 수감될 것으로 보인다.
나발니의 구금 소식에 각국에서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차기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제이크 설리반은 즉각 석방을 요구하며 "나발니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은 단순한 인권 침해가 아니라 나발니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러시아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유럽에서도 비판 성명이 연달아 나왔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의장은 "용납될 수 없는 일" 이라고 비판했고, 프랑스 외무부도 "동맹국과 함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파 몰리자 항공기 우회…"푸틴의 불안 반영"
그는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이다. 나발니의 귀국 과정 일거수일투족이 해외 매체와 소셜미디어(SNS), 유튜브에 중계됐다. 러시아의 온라인 TV채널(Dozhd)은 휴일인 일요일 저녁 나발니 입국 과정을 담은 라이브 동영상이 600만 뷰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브누코보 공항에는 나발니의 지지자 등 수백명이 혹독한 추위에 떨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폭동진압부대와 경찰들은 나발니를 보러 온 인파를 공항 밖으로 몰아내고 수십명 가량을 체포했다. 사복 경찰도 동원돼 나발니의 정치적 동료를 급습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NYT는 "나발니의 체포는 예상한 바지만, 이날의 극적인 장면은 러시아 국민의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고 크렘린 궁의 불안도 따라서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푸틴에게 '선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귀국"
당시 독일 정부는 나발니의 몸에서 구소련이 개발한 노비촉 계열의 독극 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고 나발니 역시 푸틴 대통령이 자신을 독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 나발니를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끝내려고 했으면 끝냈을 것"이라며 부인하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나발니는 지난해 의식을 회복한 뒤 독일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서 두려움 없이 정치 활동을 이어가겠다"면서 "내가 돌아가지 않음으로써 푸틴에게 '선물'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