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배우는 생존 이치
공룡 폐, 인간보다 세 배 높은 효율
화산 폭발, 탄소·메탄 늘어 대멸종
공기주머니 하나 더 만들어 번성
1억5000만년 동안 전성기 누려
코로나 시대 위기를 기회로 활용
기본기 축적 통해 변화 대비해야
일회성이 아니었다. 10년 후에도 지구 전체에 독성 가스가 가득했고 용암이 15만년 후까지 흘러나왔을 정도였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대량의 이산화탄소였다. 급증한 이산화탄소가 지구를 달구면서 심해 해저에 잠자고 있던 ‘괴물’을 깨웠던 것이다. 바닷물이 부글부글 끓듯하는 거품을 통해 대기 중으로 나온 괴물은 메탄이었다.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효과를 20배 이상 높이는 메탄은 뜨거운 지구를 만들었고, 이것이 다시 메탄을 녹이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었다. 이런 현상이 50만년 동안이나 이어지다 보니 산소가 급감, 당시 생명체의 95%가 사라졌다. 120만년이 지난 후에서야 생명체들이 다시 활동할 수 있었던 페름기 대멸종이었다.
생명체들이 살아가기 힘든 저산소 시대는 이후로도 1억년 넘게 이어졌다. 5000만년쯤 후 다시 한 번 대멸종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페름기 대멸종 이전의 산소가 풍부했던 좋은 시대는 그렇게 영영 가버렸다. 그러면 이 동안 지구는 죽음의 행성이 되었을까?
아니었다. 생명은 약한 것 같지만 보기보다 질기고 강인하다. 이런 시대 환경에 맞는 능력을 개발한 생명체가 나타났던 것이다. 공룡의 조상이었다. 이들은 여러 능력을 개발했는데, 특히 이전의 원시적인 폐를 혁신한, 저산소 시대에 걸맞은 폐가 독보적이었다. 도마뱀처럼 옆구리를 접었다 폈다 하는, 그래서 걸으면 몸이 오른쪽 왼쪽으로 왔다갔다 하는, 폐활량이 적을 수밖에 없는 방식 대신 공기주머니를 하나 더 만들어 효율을 높인 폐였다. 공룡의 후예라고 하는 새들이 이런 호흡기를 갖고 있는데, 공기주머니가 두 개이면 적은 산소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폐가 하나인 우리는 숨을 들이쉰 다음, 이걸 내뱉어야 새로운 공기를 흡입할 수 있지만 이들은 다르다. 들이마신 공기를 두 번째 공기주머니로 보낼 수 있어 새로운 공기를 연이어 들이마실 수 있다. 우리의 폐보다 에너지 효율이 세 배나 높은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공룡은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더 뛰어난 존재가 없었기에 능력껏 덩치를 키울 수 있었다. 시대에 맞는 능력을 갖춘 존재에게 세상은 풍요로운 곳이 되는 게 이치다.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서 식물이 지금보다 두 배나 더 크게, 그리고 잘 자란 덕분에 덩치를 키워도 배를 충분히 채울 수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가혹한 시대를 기회로 만들었다. 그래서 대멸종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하는 말이 있다. 대멸종은 누군가에는 끝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시작이라고. 공룡은 자신들이 만든 이 전성시대를 무려 1억5000만년 동안이나 누렸다.
코로나 이후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
공룡이 생각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이런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날 가능성이 커서다. 달라진 시대에 맞는 능력을 개발한 새로운 주인공이 나타날 것이다. 누가 이 영광을 맞이할까?
얼마 전 자문을 하는 기업의 CEO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 또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걱정하고 있었다.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모르는 까닭이다. 우리는 두 가지는 확실하다고 봤다.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것과 지금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 결론(해야 할 일)이 자연스럽게 잡혔다. 우리가 어찌 할 수 없는 것(전자)에 연연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것(후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이다.
사실 변화를 해야 한다면 이보다 좋은 기회가 없다. 모두가 절박함을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뭘 할 수 있을까?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우선적인 건 충실한 기본기 축적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 어떤 세상이 오더라도 순발력 있게 대처할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