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의 운명…文과 국민여론,전직 대통령 사과가 쥐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1.0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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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청년미래연석회의 출범식에서 온라인 참여자들을 향해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2021.1.4 오종택 기자

 4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등 공식 석상에서 “사면”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최고위원 대부분이 관련 언급을 피했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와 관련해 전날(3일)최고위가 “국민의 공감대와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낸 만큼 더 이상의 논란 확산을 억제하겠다는 분위기가 흘렀다.  
 

‘통합’ 깃발 쥔 李

자신이 깃발을 든 사면론에 일단 제동이 걸린 모양새지만, 이 대표는 ‘통합’을 대선 때까지 '이낙연 브랜드'로 밀어붙일 생각이라고 한다. 핵심 지지층의 반발이 확인된 뒤 3일
실시된 언론 인터뷰에서도 그는 “사면과 관련한 입장에 변함이 없다”,"국난을 극복하려면 둘로 갈린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야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 놓았다. 
 
주변에선 이를 "국민 통합을 위한 이 대표의 충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권자의 표로 심판받는 정치의 세계에서 '통합론'은 중도표 확장 전략과 맥이 닿아 있다. 여론조사에서 단연 선두를 달리다 3위까지 추락한 그의 사면론을 '대선주자로서의 승부수'로 보는 건 그 때문이다.  '통합'에 대한 의지 때문이든, 아니면 돌파구를 만들겠다는 대선 예비 주자로서의 급한 마음 때문이든 한번 내뱉은 이상 사면론을 주워 담기는 어렵다. 이미 이 대표를 향해 야당에선 "사면이 불발될 경우 여당 내 유력후보 한 명의 이름을 지울 수 있다"(국민의힘 핵심 당직자)는 말이 나온다.        
 이낙연 발 사면론의 운명을 가를 변수로 가장 먼저 꼽히는 건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강원 원주시 원주역사에서 열린 저탄소·친환경 고속열차인 KTX-이음 개통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01.04. 청와대사진기자단

 사면권은 여당 대표가 아닌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다. 그래서 "사면에 대한 문 대통령의 결정이 후계자 구도를 좌우하게 됐다"(여권 관계자)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적절한 시기에"라고만 했을 뿐 두 전직 대통령 사면 건의의 구체적 계획을 아직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이 대표가 승부를 걸 시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종심 선고가 예정된 14일 이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4일 이 대표가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중점 과제인 한국판 뉴딜에 대해 “관련 입법을 2월 국회까지는 처리해야겠다”고 말한 걸 두고 당내에선 "1월 하순 쯤 자연스럽게 대통령과의 소통 기회가 마련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나왔다. 
 
 

4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 대표는 "내주부터 지급되는 3차 재난지원금 9조 3,000억 원이 설 이전에 대부분 지급되도록 하겠다"며 코로나 극복 메시지에 집중했다.2021.1.4 오종택 기자

민주당 지지층을 포함한 국민 여론도 큰 변수다. 현재 민주당내 여론은 “현 정부서 꼭 해야 한다는 법이 어디 있나"(수도권 재선)가 다수지만 “임기 중 사면을 해야한다면 올해 상반기가 맞다"(청와대 출신 초선)는 일부 의견이 있다. 


문 대통령의 결정은 당내 여론은 물론 국민 전체 여론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4월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론의 지형이 중도표 확장이 필요한 국면으로 흐를지,지지층 다지기가 더 중요한 국면이 될지도 중요하다. 익명을 원한 전략통 의원은 “이미 당 최고위에서 ‘국민과 당원의 뜻 경청’을 최우선 조건으로 결론냈다”며 “조만간 사면 찬반 여론조사나 당 지지율 추이 등을 보며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전직 대통령이나 야당의 태도 역시 변수가 될 수 있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민주당이 내건 '당사자 반성'이란 전제조건을 전직 대통령측이 수용하거나 야당이 영수회담을 통해 이 대표에게 힘을 실으며 사면을 강하게 호소할 경우다.   
 
민주당의 재선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고위 논의로 일단 공을 야권에 넘겼다. 이제 그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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