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은 대표적인 난치성 호흡기 질환이다. 폐에서 산소를 교환하는 폐포가 손상돼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한다. 폐의 호흡 기능이 떨어져 있어 몇 걸음만 걸어도 숨을 쌕쌕거리며 몰아쉰다. 한의학에서는 콧물·가래로 막혔던 숨길을 뚫어줘 호흡기 증상을 완화하고 폐 면역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증상을 중심으로 치료하는 영동한의원 김남선 원장의 치료법이다.
코 호흡은 폐 건강의 시작이다. 한방에서는 코로 깊게 숨을 쉬어야 생명 에너지인 기(氣)가 폐에 충분히 쌓인다고 본다. 김남선 원장은 “코가 막혀 입을 벌려 얕게 호흡하면 미세먼지·바이러스 같은 불순물이 코털에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폐로 들어온다”며 “입 호흡이 폐를 자극해 기침·가래·호흡곤란 같은 호흡기 증상이 심해진다”고 말했다. 결국 염증이 쌓이면서 코·기관지·폐로 이어지는 호흡기 전체가 병든다. 어느 순간부터 숨 쉬는 게 어려워진다. 요즘처럼 날이 차고 건조한 겨울철은 기관지 수축이 심해져 평소보다 기침이 잦고 가래의 양이 많아진다.
폐·심장 동시 치료하는 한방 칵테일 요법
실제로 일본 COPD 환자가 치료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천식·COPD로 호흡기 증상이 심했던 국제공인회계사 고가와 게이코(53)는 기침·호흡곤란 등으로 일상이 어려웠다. 근무 중에 갑작스러운 호흡 발작으로 응급실에 여러 번 실려 가기도 했다. 한국 지인의 소개로 영동한의원을 찾은 고가와는 폐 면역력을 활성화하는 한방 칵테일 요법 치료와 호흡기 재활치료를 1년 동안 받았다. 두 달에 한 번씩 한국을 찾아 원정 치료를 받은 끝에 심폐 기능은 30% 이상 향상돼 증상이 호전됐다. 삶의 질도 좋아졌다.
COPD 치료에 처방되는 김씨녹용영동탕은 호흡기 치료에 효과적인 한약 처방인 소청룡탕(小靑龍湯)이 바탕이다. 여기에 신이화·녹용·녹각교·금은화·길경·유근피·홍화자·속단 등 35가지 한약재를 가감한다. 신이화는 염증을 가라앉혀 좁아진 기관지를 넓혀준다. 녹용·녹각교는 판토크린 성분이 풍부해 피를 만드는 조혈 작용이 뛰어나다. 폐포를 튼튼하게 재생·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포닌이 풍부한 길경은 편도가 부어오르거나 잦은 기침으로 아픈 목의 통증을 줄여준다.
폐뿐만이 아니다. 김씨공심단은 기혈 순환을 촉진해 심장 기능을 보강한다. 호흡기 질환을 오래 앓아 약해진 폐의 부담을 간접적으로 덜어줘 폐 면역력 회복을 지원한다. 약효가 빨리 나타나는 속효성으로 한 번만 먹어도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김 원장은 “개인 체질·증상에 맞춰 폐와 심장을 동시에 치료하면 회복이 더 빠르다”고 말했다. 폐·호흡기 한약인 김씨녹용영동탕만 복용하면 치료 기간이 1년가량 소요되지만 한방 칵테일 요법으로 치료하면 이 기간을 6~7개월로 줄여준다.
미국·일본 학회서 치료법 소개 예정
세계통합의학계에서도 한방 칵테일 복합 요법에 주목한다. 김 원장은 COPD 등 호흡기 질환 치료에 사용한 한방 칵테일 요법의 효과와 증례를 오는 5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통합건강관리학회, 6월 일본 침구학회, 8월 일본 동양의학회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