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세 번째 세포막단백질연구소
포스텍과 손잡고 새 성장 엔진 찾기
바이오·세포막 연구소 잇단 개소
신약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 한창
의·공학 융합, 의사과학자 양성 위해
연구 중심 의과대학 설립도 추진
산업은행 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30년까지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예상 성장률은 연평균 4%로, 자동차(1.5%), 조선(2.9%)보다 높다. 올해 우리나라의 바이오산업 시장 규모는 15조4806억원으로 전망된다.
포항은 바이오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인프라 마련에 나섰고, 포스텍은 여기에 고급 연구개발(R&D) 인력을 공급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BOIC에 이어 이달 내 준공 예정인 세포막단백질연구소는 포스텍과 경상북도 컨소시엄이 공동으로 추진한다.
독일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설립되는 세포막단백질연구소를 통해 질병 원인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세포막단백질을 분석할 수 있게 되면 신약 후보물질 발굴이 한층 쉬워질 전망이다. 세포막단백질 분석에는 2016년 포스텍에 건설된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활용된다. 방사광가속기는 빛의 속도로 가속한 전자에서 나오는 밝은 빛(방사광)으로 물질의 미세구조와 현상을 관찰하는 실험 장치다.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하면 질병 단백질의 구조를 알아내 그에 맞는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세포막단백질연구소 사업추진단장인 이지오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는 “방사광 가속기와 더불어 세포막단백질연구소에 도입될 예정인 극저온전자현미경까지 갖춰지면 포항이 구조기반 신약개발의 메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도시는 스위스 바젤이다. 바이오 제약 산업의 중심지로 알려진 바젤은 인구 20만 명 규모의 작은 도시지만, 노바티스와 로슈 등 글로벌 기업을 비롯한 600여개의 바이오 기업과 40여개의 과학연구기관이 몰려있다. 방사광가속기 등 신약 개발 인프라와 바젤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도 활발하다. 이러한 환경을 바탕으로 바젤은 인공지능(AI), 로봇공학, 블록체인 등 4차 산업 기술을 융합한 맞춤형 디지털 의료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퍼스널 헬스 바젤(Personal Health Basel)’이라는 의료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바젤 주민들에게 암·감염병·면역 등 건강관리를 제공하고, 주민들의 건강정보는 연구에 활용한다.
포항도 바이오 클러스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중심 의과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공학과 생명과학 등 기초과학에 기반을 둔 의대와 스마트병원을 설립해 임상과 연구를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경상북도와 포항시, 포스텍은 지난해 8월 ‘포항 의과대학 유치 추진위원회’를 출범했다.
방사광가속기로 질병단백질 구조 분석
포스텍은 미국의 칼 일리노이 의대(Carle Illinois College of Medicine)처럼 의학과 공학을 융합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김무환(사진) 포스텍 총장은 “올해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로 노벨화학상 수상자가 된 제니퍼 다우드나를 비롯해 최근 25년간 노벨의학상 수상자의 37%가 의사과학자지만, 우리나라는 의대에서 연구자로 정착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포스텍은 앞서 있는 연구역량과 첨단 바이오 관련 인프라, 탄탄한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지역에 질 높은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대를 설립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