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20대 여성의 자살이 크게 늘었다. 올 상반기 20대 여성 자살자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43%나 급증했다. 올 1~8월엔 자살을 시도한 세 명 중 한 명이 20대 여성이었다. 올해 청소년 자살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김현수 명지병원 교수는 “삶의 기반이 허약한 20대를 코로나 팬데믹이 파고들었다”며 “물리적 방역에 집중하다 보니 취약 계층을 위한 심리적 방역엔 미흡했다”고 진단했다. 우울증과 고립감 심화, 일자리 상실, 미래 불안 등이 젊은층의 희망을 앗아가고 있지만 우리 사회가 그들을 챙길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이다.
좌우 넘어 공동체 유지 힘쓰고
‘심리적 방역’에도 귀 기울여야
이처럼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물리적·심리적 안전판의 확보가 필수다. 대다수 약자와 소수 생존자의 공존이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건 역사의 오랜 경험칙이다. 이 과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는 건 결국 정치의 몫이다. 마침 정치권도 새해 벽두부터는 선거 정국으로 급속히 전환될 것이다. 지금이야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지만 이 또한 내년 보궐선거와 내후년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초전에 불과하다. 그들의 궁극적 목표는 오로지 선거 승리와 권력 쟁취뿐이다.
하지만 선거에서 이기려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야 하는 법. 내년에도 최대 화두는 코로나가 될 수밖에 없을 거고 바이러스 방역뿐 아니라 심리적 방역 또한 주된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 둘 다 유권자 개인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어느 정치인이든 좌우나 진보·보수를 넘어 사회적 약자를 보듬으며 공동체를 지켜내려고 노력할 때 더욱 큰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유권자들도 “아, 저 정치인은 나를 이해해 주는구나”라고 느낄 때 지지할 마음이 생기지 않겠는가.
말이 번지르르한 선동가나 전투력 넘치는 투사가 지도자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젠 유능함 못지않게 따뜻한 감성을 지닌 정치인, 모두가 앞만 쳐다보며 권력을 향해 달려갈 때 옆도 돌아볼 줄 아는 정치인, 양극화에 코로나 사태가 겹치며 직장인·주부·학생 등 공동체 구성원들의 심리적 소외가 임계점에 다다른 상황에서 그들의 호소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정치인이 진정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시대가 됐다. 물리적 방역과 심리적 방역을 모두 경시하는 정치인이 코로나 선거의 승자가 될 수 없음은 이미 미국 대선에서도 증명이 됐다.
박신홍 정치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