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글리시 인문학
“개XX들, 국토2차관 들어오라고 해!” 이건 여당 원내대표의 명령이었다. 민주당 윤아무개 의원은 “카카오 들어오라 해!”라며 서슬이 시퍼렇게 지시했다. 지난 11월 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은 8·15 광화문집회 주동자들을 두고 “살인자!”라고 소리쳤다. 코로나19 전염 위험 속에 대규모 집회가 온당치는 않지만,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민을 살인자라고 부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갑질 중 갑질이다. 그 뒤 대통령이 실장을 불러 질책이라도 했다는 소릴 듣지 못했다. 갑질이 상하 관계, 고용 관계, 남녀 관계, 노소 관계 그리고 가진 자와 없는 자 사이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 국회의원과 공직자들 사이에도 널리 퍼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막말·폭언 등 여러 형태로 표출
국회의원·공직자 갑질도 심각
갑질은 영어로 gapjil이라고 쓰는데 옥스퍼드사전에도 올라가 영어어휘를 풍부하게 만들었다. gapjil이란 한국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의 상대방에 대한 오만하고 권위적인 태도나 행위다(an expression referring to an arrogant and authoritarian attitude or actions of people in South Korea who have positions of power over others).
정부도 심각한 갑질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집값 폭등을 부채질해 놓고 재산세와 종부세를 2, 3배 대폭 올린 게 대표적이다. 권력형 비리와 범죄를 수사하던 검사들은 모조리 좌천, 또는 지방으로 보낸 법무부 인사 전횡(專橫)은 지난 24일 검찰총장 업무정지로 정점을 찍는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가덕도에 신공항을 짓겠다고 국가 주요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했으니 탈원전 정책 못지않은 갑질이다. 가덕도는 깊은 바다를 메워야 하고 바람이 강한 데다가, 접근성이 떨어지고 건설비용이 너무 들어, 경제성이 낮다고 프랑스 전문가팀이 결론을 낸 지 오랜데, 굳이 새로 짓겠다는 무리수 또한 갑질이다.
이진호가 쓴 『한국사회와 갑질문화』(이담북스 펴냄)의 부제는 이렇다. “모든 갑질은 청와대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