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백성호의 현문우답

[백성호의 현문우답]소강석 목사 "흑사병 교훈 기억하라, 역사 속에 교회 답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20.12.1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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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국에 교회 역할, 기독교 역사 속에 답이 있더라.”

 
7일 서울 광화문에서 소강석(58) 목사를 만났다. 경기 용인시 수지의 새에덴교회를 개척해 담임을 맡고 있는 소 목사는 올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측 총회장이 됐다. 지난 3일에는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 겸 이사장에 선출됐다. 국내 최대 규모의 개신교 연합기관 대표가 된 셈이다. 성탄절을 앞두고 만난 소 목사에게 교회의 방향성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그는 “코로나 전과 코로나 후의 기독교는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를 물었다.  

코로나 전과 후, 기독교 달라져야
팬데믹 역사 속에 교회 역할 있어
이웃 사랑 계승이 기독교의 정신

한교총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는 "개별 교회의 성장이 아니라 공적 교회 마인드를 갖고 공적인 사역을 할 수 있는 후배 리더들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코로나 발발 초기, 많은 교회가 대면 예배를 고집했다. 왜 그랬나.  
 
“그때는 기독교인들도 대부분 하나님의 능력과 은혜로 빠른 시일 내에 코로나가 지나갈 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길게 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건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 대구에서 신천지를 통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만 해도, 신천지가 기독교로 비치진 않을까만 걱정했다. 그런데 어느새 전국적 확산이 돼버렸다. ‘대면 예배 중단’이 한국 교회에게는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왜 사상 초유의 일인가.
 
“한국 교회는 6ㆍ25 때도 목숨을 걸고 예배를 지켰다. 전쟁 때도 예배를 포기하지 않았다. 공산당이 총을 겨누어도 예배를 드렸다. 그런 역사가 있다. 그래서 감염병 와중에도 예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한국 교회의 기본 모토였다. 그게 신앙의 절개이자 지조라고 생각했다. 그건 맞는 말이다. 그런데 고민이 생겼다.”
 

소강석 목사는 "예배 신학에서 두 가지 절대요소가 있다. 집합적 요소와 집례적 요소다. 그런데 감염병이란 특수 상황에서는 나의 예배로 인해 남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어떤 고민인가.
 
“가령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다가 교회가 집단감염의 진원지가 됐다고 치자. 그럼 그 사회적 지탄과 비난을 어떻게 감당할 건가. 또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가 존엄한 만큼, 예수님의 말씀대로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해야 할 책무도 있지 않나. 그런 고민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그때 비로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나 정부의 권력에 굴복하는 게 아니라, 국민 건강을 위해서 예배를 축소하고 온라인 예배도 병행하자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소 목사도 코로나 초창기인 3월에 그런 주장을 펼쳤다. 그때만 해도 ‘온라인 예배가 신학적으로 맞는가, 아닌가’에 대한 신학적 논란이 교계에 팽배한 때였다. 누구도 선뜻 이쪽으로 가자고 말하기를 주저하던 때였다. 소 목사는 “예배를 포기하자는 게 아니었다. 중세의 흑사병을 모델로 삼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중세의 흑사병 때는 어땠나.
 
“사람들이 다들 교회로, 성당으로 모였다. 사제들은 ‘신앙의 힘으로 막자’ ‘신앙의 힘으로 이기자’고 했다. 그래서 무조건 모였다. 그 이면에는 교회라는 공간의 권위, 외적 권위를 지키기 위한 의도도 강했다고 본다. 사람이 모여야 공간의 권위가 생기고, 사제와 강단의 권위도 생기니까. 결국 교회는 흑사병 집단 감염의 진원지가 되고 말았다. 반면 초대 교회의 기독교인은 달랐다.”
 

소강석 목사는 "하나님께서 코로나 상황을 통해 한국교회에 제도적인 교회보다는 사도행전의 원형 교회를 회복하라는 시그널을 주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어떻게 달랐나.
 
“로마 시대에 기독교인은 박해를 받았다. 카타콤(지하 무덤)에 숨어서 살았다. 로마에 전염병이 돌아 길거리에 병자와 시체가 나뒹굴었다. 이방 종교에서는 감염자가 발생하면 거리로 쫓아내 버렸다. 당시 기독교인은 카타콤에서 나와 길거리의 시체를 치우고, 병자들을 돌보았다. 감염병자를 돌보다가 함께 죽기도 했다. 그때 생겨난 기독교인의 별명이 ‘파라볼라노이(parabolanoi)’다. ‘곁에 있는 자’라는 뜻이다. 구한말 때도 그랬다.”
 
구한말 때 무슨 일이 있었나.
 
“콜레라로 추정되는 전염병이 창궐해 조선에서 수십만 명이 죽었다. 조선 최초의 장로교 선교사였던 언더우드(1859~1916)가 콜레라 백신을 가져와 치료를 했다. 백신을 맞기 위해 사람들이 새문안교회로 몰려들었다. 언더우드 선교사는 평신도에게 간호 교육을 시켰다. 그리고 병든 자들이 누워있는 마당에 가서 그들을 치료해 주었다. 나중에 그걸 안 고종 황제가 상과 상금까지 내렸다. 그 돈은 새문안교회 건축헌금으로 쓰였다.”  
 

조선 최초의 장로교 선교사인 언더우드가 1891년에 세운 예수교 학당. [중앙포토]

 
소 목사는 “팬데믹 상황에서 교회가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에 대한 답은 이미 역사 속에 다 있다. 그런데 그 역사가  다른 누구의 역사도 아니고, 기독교의 역사더라. 그 역사를 계승하는 것이 저는 기독교의 정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한국 교회의 위기’를 말하는 이들이 꽤 많다. 원인과 해법은 뭔가.  
 
“개인적으로 코로나 사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을 사과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제가 대표자가 아니었고, 그게 공개 사과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그 질문이 다시 온다 해도 저는 ‘자성의 목소리’를 똑같이 드리겠다. 교회가 시대정신과 맥을 같이 하지 못했고, 길을 제시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 왜냐하면 이런 사과를 할 때 비로소 한국 교회가 국민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해법은 결국 예수님 말씀의 본질을 회복하는 일이다.”
 
이제 곧 성탄절이다. 올해는 사상 초유인 ‘코로나 와중의 성탄’을 맞게 됐다. 
 


“코로나 재확산 방지를 위해 누구보다 교회가 협력하고 앞장을 서야 한다. 그러나 예배당 공간의 크기와 상관없이 모든 교회의 대면 예배 인원을 20명으로 제한한 것은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불합리한 획일적 조치다. 예배당 수용 공간에 따라 표적화된 맞춤형 방역을 지금이라도 배려했으면 좋겠다. 그럼 방역도 성공하고, 예배도 제한적으로 드릴 수 있는 공존의 길을 열 수 있다고 본다.”
 

코로나 시국에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을 통해 대면과 비대면 예배를 병행하고 있는 새에덴교회. [사진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는 "한국 기독교가 겪고 있는 위기에 대한 궁극적 솔루션은 예수님 말씀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현동 기자

 
소 목사께서 건네는 올해 성탄 메시지는. 
 
“올해 성탄절은 가슴 절절하고 애절한 성탄절이 되었으면 한다. 예수님은 예루살렘의 왕족이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지 않으셨다. 베들레헴의 시골 동네, 그것도 말구유에 오셨다.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한국 교회가 더 낮아지고, 우리가 더 내려놓아야 하지 않겠나. 요즘 시대는 스트롱맨 리더십이 역효과가 난다고 하지 않나. 소통하고 공감하는 리더십이 박수를 받는다. 이것이 한국 교회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본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코로나, 목회의 족쇄 아닌 새로운 기회 삼아야

경기 용인시 수지의 새에덴교회에서 소강석 목사가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을 통해 예배를 드리고 있다. [사진 새에덴교회]

 
새에덴교회는 매년 6월마다 ‘한국전 참전 용사 초청 보은행사’를 연다. 한국전쟁에 참전해 목숨을 걸었던 외국인을 초청해 감사를 표하는 행사다. 올해가 벌써 14년째다. 그런데 올해 초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외국인 참전 용사는 대부분 90세 전후의 노령자다. 코로나 시국에 비행기를 타는 것도 어려웠다.  
 
새에덴교회는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을 이용해 국제 행사를 치렀다. 해외의 참전용사들이 줌을 통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보은 행사에 참석했다. 이런 경험과 노하우가 코로나 상황을 극복하는 돌파구가 됐다. 새에덴교회는 대면 예배와 병행하는 온라인 화상 예배를 아주 초기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소강석 목사는 “줌을 활용한 참전용사 초청행사의 성공이 큰 자신감이 됐다. 코로나 시국에 온라인 예배를 처음 시도할 때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며 “줌을 통해서 찬양하고 설교할 때 역설적이지만 교회 구성원이 영적 공동체를 체감했다. 현장 예배만큼은 아니어도 소통과 공감을 공유할 수 있었다. 저는 팬데믹 상황에서 교회가 더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여야 한다고 본다. 코로나를 목회의 족쇄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에덴교회는 유투브 라이브로도 예배를 방송했다. 집에서 함께 설교를 보던 비신자 가족의 교회 등록이 늘었다. 코로나 기간에 온라인을 통한 신규 교회 등록자가 무려 2800명이나 증가했다. 소 목사는 “코로나 시국에 교인 수가 줄기는 커녕 오히려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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