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밤 9시 이후 영업 금지에 반발하는 당구장 업주들

중앙일보

입력 2020.12.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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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이태호의 직장 우물 벗어나기(25)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정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는 조치가 발표되던 날 내 비즈니스 모델의 주 고객층과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발표안에는 당구장이 포함된 실내체육 시설에 대해 21시까지 영업제한을 둔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구장 업주들은 일제히 난색을 표했다. 당연했다. 당구장 업종 특성상 21시 이후 영업금지는 사실상 ‘셧다운’하고도 같은 의미였기 때문이다.
 
당구장 업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에서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영업시간 규제 완화를 주장했다. 그리고 당연히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판단했는지, 당구장 업주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나에게 성명서 활동에 동참해주기를 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 따른 영업제한에 당구장 업주들은 난색을 표했다. 당구장 업종 특성상 21시 이후 영업금지는 사실상 ‘셧다운’하고도 같은 의미였기 때문이다. [사진 pxfuel]

 
나 역시 이번 정부 발표에 아쉬움이 많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내 업종은 당구장 업주가 잘 돼야 득이 된다. 따라서 당구장 업주를 위한 것이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300명을 넘는 비상 국면에서 당구장 업주의 집단행동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집단이기주의 분출이 방역에 차질을 초래하고, 위기 극복에 온 힘을 모으고 있는 사회 분위기를 저해하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집단적 요구가 타당한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위기 극복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고 시민도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며 힘을 보태고 있는데, 자신만의 주장을 집단행동을 통해 관철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운영하는 당구장 업주 커뮤니티에선 정부 방침에 불평하는 성명서에 동조하기보다는 정부방역 수칙에 철저히 따라주기를 권고했다. 사실 이는 직접적인 피해자로 구성돼 있는 커뮤니티의 운영자로선 상당한 위험천만한 행동이었다. 실제로 일부 커뮤니티 회원은 적극 동참을 권장하지 않는 나에게 아쉬움을 표하며 탈퇴하기도 했다.
 
물론, 정부의 방침으로 피해를 입은 부분이 있다면 정당하게 보상을 받아내야 한다. 그리고 때론 목소리도 내어야 한다. 나 역시 당구장 업주가 정부 방침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면 피해보상이 자연스레 따라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오히려 넓게 보지 못하고, 나에게 당장 득이 되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는 우를 범할 일이 비일비재다. 그러다 보면 결국은 소탐대실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진 pixabay]

 
이기적 집단행동은 우리 사회에 균열을 초래해 국민 방역의 사회적 공감대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 처우 개선의 목소리를 지나치게 내면위화감만 커진다. 지금은 자신만의 이익보다 이웃의 아픔을 돌아볼 때이고 자기의 권리 행사보다 사회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의무를 다해야 박수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장자 추수편(秋水篇)에 나오는 ‘정중지와 부지대해(井中之蛙 不知大海)’ 구절을 보면, 우물 안의 개구리에게 바다에 관해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자신이 속한 곳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며 여름 곤충에게 얼음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은 자신이 사는 계절에만 얽매여 있기 때문이고 편협한 사람에게 도에 관한 이야기를 해줄 수 없는 것은 자신의 지식에만 속박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오히려 넓게 보지 못하고, 나에게 당장 득이 되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는 우를 범할 일이 비일비재다. 그러다 보면 결국은 소탐대실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소신을 지키고 사업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다.
 
올댓메이커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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