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현지시간) 바이든이 직접 발표한 첫 인선의 백미는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을 국무장관에,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한 것이었다. 외교 정책의 투톱인 두 사람은 ‘동맹’과 ‘다자주의’를 중시한다. 또 바이든처럼 정통적인 외교 방식을 선호해 원맨쇼 스타일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와는 미 외교가 확 달라질 게 틀림없다.
상향식 결정 중요시하는 외교 투톱 등장
도쿄 올림픽 때 북·미 정상회담 비현실적
왕이 방한…미·중 갈등에 국익이 최우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만들려면 곧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의 결단과 도움이 꼭 필요하다. 북한이 김일성 시절부터 가장 원했던 것이 북·미 관계 정상화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뤄져야 북한은 국제사회와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다. 트럼프-김정은 간 담판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려 했던 문재인식 대북 전략의 궤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도 현 정권은 담판 외교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 얼마 전 박지원 국정원장과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잇따라 일본을 방문, 내년 도쿄 올림픽에 김정은을 초청하자고 제안했다. 도쿄에서 남북한 및 미·일 정상 간 만남을 성사시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새 모멘텀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구상은 일장춘몽에 그칠 공산이 크다. 그간 바이든은 “우리는 (대화할) 용의가 있지만, 북한이 진정한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면서 “그동안처럼 원하는 것을 얻으면 또다시 도발하는 북한의 태도는 더는 용인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결국 북한이 가시적이고 중대한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는 한 바이든이 김정은을 만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따라 정부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대북 정책 수정뿐이 아니다. 바야흐로 격화될 미·중 간 갈등도 발등에 떨어질 불이다.
미 대선 기간 중 바이든 캠프는 중국이 패권국으로 행세하지 못하도록 막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호주 등 전통적 동맹국과 힘을 합쳐 중국을 견제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전략이 조만간 현실화하면 한·중 간 마찰도 피하긴 어렵다.
이런 터라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이뤄진 왕이의 방한에는 중국 편에 서라는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실제로 그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수망상조(守望相助·어려울 때 서로 협조하며 대응한다)라는 사자성어를 써가며 한·중 간의 친밀함을 강조했다. 이뿐 아니라 왕이는 미·중 간 갈등에 관한 질문에 “미국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분명한 결기를 보였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해온 우리로서는 난처한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한쪽 편만 들 수는 없는 처지다. 그때그때 오로지 국익의 관점에서 처신하는 게 옳다. 그러고는 서운해할 쪽에 충분히 설명해 납득시키는 것이 최선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