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야
· 국내 쇼핑은 네이버·쿠팡 양강 체제다. 11번가는 한 단계 아래에서 이베이코리아·위메프 등과 경쟁한다. 유효상 숭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현지 1, 2위 사업자를 활발히 인수해 온 아마존의 행보로 보면 어색한 면이 있다”고 했다.
· 11번가에서 아마존 상품을 구매하는 해외 직구가 곧 열리지만, 본격 사업으로 보기는 어렵다. 아마존은 사업을 철수한 중국에서도 해외 직구는 운영한다.
·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의 이번 투자는 쿠팡 같은 업체를 인수하기 전에 가격 적정성 등을 보려는 시장탐색 비용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게 왜 중요해
· G마켓·옥션 운영사인 이베이코리아 외에, 쿠팡·티몬·위메프는 모두 적자를 감수하고 몸집을 키웠다. 11번가가 상장을 준비하며 수익을 우선하자 지난해 흑자 전환했지만 매출은 줄었다.
· 아마존은 유통을 넘어 물류, 동영상 스트리밍(OTT), 금융까지 갖췄다. 커머스 시장의 압도적 1위로 생태계를 강화하고 락인(lock-in·잠금) 했기에 가능했다.
·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은 공산품은 쿠팡, 식품은 마켓컬리, 패션은 무신사 등으로 시장이 분절돼 있다”며 “이걸 누가 극복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아마존이 결정된다”고 봤다.
쿠팡과 아마존
· 네이버가 쇼핑의 시작(검색)을 틀어쥐었다면, 쿠팡은 ‘빠른 배송, 손쉬운 반품’이라는 쇼핑의 끝단에서 우위를 점했다.
· 쿠팡은 자체 물류 시스템을 갖췄을 뿐 아니라 한국 법·규제에 대응 경험도 있다. 로켓배송이 화물운수법을 위반했다는 택배업계의 소송에 휘말렸지만 승소했다(2018년 확정).
· 쿠팡은 지난 7월 싱가포르의 OTT ‘훅’의 소프트웨어 부문을 인수했고 지난달 정관 사업목적에 영상·음악을 추가했다. 멤버십에 동영상을 결합한 아마존의 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와 아마존
· 아마존은 클라우드 사업(아마존웹서비스)에서 고수익을 올려 쇼핑·인공지능(AI)에 투자한다. 네이버도 검색·광고에서 축적한 기술과 돈을 쇼핑 플랫폼과 간편결제에 꾸준히 투자해 왔다.
· 아마존은 2011년 시작한 입점 업체 대상 대출을 올해부터 금융사 골드만삭스와 함께한다. 네이버도 미래에셋과 협력해 자체 신용평가와 쇼핑 입점사 대출을 준비한다.
· 네이버는 약점으로 꼽히던 자체 물류·배송을 제휴로 풀었다. 지난달 네이버는 주식 교환으로 국내 1위 택배사 CJ대한통운의 3대 주주가 됐고 국내 배달 대행 1·3위(생각대로·부릉)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 유효상 교수는 “미국은 ‘구글은 검색, 아마존은 쇼핑’인데 네이버는 국내에서 검색ㆍ쇼핑 모두 1위라 더 강력한 락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11번가와 아마존
· 적자가 누적됐던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 H&Q코리아(사모펀드), 새마을금고로부터 5000억원 투자를 받았다(지분 18.2%). 3~5년 이내에 상장하지 못할 경우 투자금을 돌려주는 조건이었다.
· 업계에서 이번 아마존 투자를 두고도 ‘아마존에 유리한 조건이 걸렸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건 이 때문이다. 아마존이 11번가 지분을 순차 인수하는 방식으로 알려졌지만, 아마존이 11번가 인프라에 대형 투자까지 할지는 미지수라는 얘기다.
· ‘탈(脫)통신’을 선언한 SKT는 독자 승부 대신 플랫폼 강자와 제휴 전략을 펴는 중이다. 우버와 손잡은 모빌리티(티맵), 지상파 방송사와 손잡은 OTT(웨이브), 네이버와 협력한 앱마켓(원스토어) 등이다.
그 전엔 무슨 일이
· 아마존은 2004년 중국 전자상거래 2위 업체 ‘조요닷컴’을 인수해 현지 진출했으나 2019년 해외 직구와 클라우드 사업만 빼고 철수했다. 알리바바ㆍ징둥 등 현지 업체의 자체 물류와 간편결제(알리페이)에 밀렸다.
· 아마존은 2000년 일본에 진출해 2007년 회원제를 시작했고, 2017년 신선식품 2시간 내 배송을 시작했다. 일본 이커머스 시장은 라쿠텐과 아마존재팬 양강 체제다.
더 알면 좋은 점
· 아마존은 AI 스피커 ‘에코’로 미국 내 스마트 스피커 시장 1위 업체이지만, 쇼핑 주문에 활용하는 ‘보이스 커머스’에는 기대만큼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