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공정위, 공정거래법 개정안 재계 반박에 재반박
전문가들은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를 만들자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정위 논리를 살펴보면, 규제 대상이 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규제의 효과를 알 수 없는 부분도 상당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칫 공정위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지배구조 형태를 시장에 억지로 맞추려는 '프루크루스테스의 침대(사람을 침대 크기에 맞게 자르고 늘리는 그리스 신화 속 괴물)'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①사익편취 규제 총수 지분 30→20%로
업계에선 개정법 발의 전에도 총수일가 지분율을 규제 선상 바로 아래(상장사 29.9%)로 줄여왔다. 사업 특성상 내부거래가 많은 기업 내 전산관리회사(SI 부문)의 총수 지분을 사모펀드 등에 매각하는 거래도 잦았다. 공정위는 이를 '규제 사각지대'라고 표현한다.
"'림보게임' 막대 높이 낮추기식 규제"
이준길 법무법인 지평 고문은 "대기업 집단은 본질적으로 내부거래가 많고, 이들 거래의 위법성은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다수결로 결정된다"며 "다수결에 따라 위법이 될 위험 요인 탓에 애당초 규제 선 이하로 지분을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이 합법적으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보행자가 위험 표지판을 돌아서 가려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인데, 이를 자꾸 제한하려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②공정위 "지주사 지분율 늘려 지배 책임성 강화"
이에 공정위는 "지주회사는 계열사 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인데, 지배의 책임성을 담보하는 데 현행 지분율(상장사 20%, 비상장사 40% 이상)이 과연 충분한지는 문제"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지주사가 (지배력을 높이려고) 추가로 주식을 갖기 위해 쓴 돈은 어차피 한국 경제 울타리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경제 전반으로 볼 때 투자자금이 줄어든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지배력, 회계기준으로 판단…관치할 일 아냐"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모기업의 지배력은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시장에서 이미 판단하고 있고, 이에 맞춰 민간 자율로 지분 보유 규모를 정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정부가 일일이 개입할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③전속고발권 폐지, 고소 남발 기우? "경쟁사 악용 가능"
또 하나의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것이 정보교환 행위 자체를 담합으로 처벌하는 조항이다. 공정위는 정보교환을 금지한 멕시코 등의 사례도 거론한다. 일상적이거나 경쟁을 촉진하는 정보교환 행위는 규제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보의 경계 판단이 모호하기 때문에 시장 내 자유로운 소통까지 차단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거대 여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에도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충분한 적응 기간을 줘야 한다는 게 재계의 제안이다. 이에 공정위는 "이번 개정안 시행은 공포 후 1년 이후가 될 것"이라며 "2~3년 정도 더 늦추는 방안은 국회에서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