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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작심발언에도 민주당 "경제3법, 접점 찾는 것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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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대표들의 ‘원투 펀치’에도 더불어민주당은 끄떡없었다. 14일 민주당 정책위 공정경제 태스크포스(TF)는 대한상공회의소(오전)·한국경영자총협회(오후)와 연달아 간담회를 열었다.

재계 인사들은 민주당이 추진중인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에 대해 “병든 닭 몇 마리를 몰아내기 위해 투망을 던지면 그 안에 모든 닭이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사전적·원천적으로 경영·사업을 제한하는 규제를 당한다면 기업들이 제대로 뛰기 힘든 상황”(손경식 경총 회장)이라며 재검토를 호소했다.

하지만 유동수(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 TF 위원장은 “정기국회에서 ‘공정경제3법’(민주당이 기업규제 3법을 일컫는 말)을 어쨌든 처리해야 한다. 무조건 ‘안 된다’ ‘어렵다’고 말씀하시는 것보다 합리적 대안을 좀 많이 제시해달라”고 답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공정경제TF'와의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TF 위원장인 유동수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 [뉴스1]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공정경제TF'와의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TF 위원장인 유동수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 [뉴스1]

기업규제 3법에 대해 정부·여당은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남용을 근절하기 위한 법안이란 입장이지만, 경제계는 경영권 방어 제도가 충분치 않은 상황을 들며 지나친 규제라고 반박한다.

가장 첨예한 쟁점은 기업 이사회 내 감사위원을 일반 이사와 분리 선출하고, 감사위원 선출시 주주가 아무리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도 의결권을 가진 주식 총수의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상법 개정안이다. 현행법상 감사위원은 선임된 이사 중에서 선출하기 때문에 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개정안은 애초에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따로 선출하고, 최대 주주의 경우 그의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까지 합산해서 ‘3% 룰’을 적용토록 해 대주주의 영향력을 더 억제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오른쪽)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공정경제 3법' TF 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정책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한 뒤 각자 자리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오른쪽)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공정경제 3법' TF 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정책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한 뒤 각자 자리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이 같은 내용의 상법 개정이 추진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7월 당시 법무부가 입법예고했다가 경제계 반발에 철회한 상법 개정안, 20대 국회 출범 첫해인 2016년 7월 김종인 당시 민주당 의원(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표발의했던 상법 개정안과 대동소이하다. 이에 대해 경제계는 약화한 대주주의 영향력을 틈타 소수 주주로 위장한 경쟁사나 헤지펀드 등 투기자본이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이사 한명을 소수 주주 의사에 따라 뽑는 셈이어서, 감사기능 뿐만 아니라 회사경영과 관련한 중요한 결정때도 ‘소수파’의 목소리가 커지게 된다.

손 회장 등 경총 관계자들은 이날도 비공개 간담회에서 “3% 제한 부분은 완화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은 전했다. 다만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민주당 의원은 “감사 선임 시 3% 의결권 제한 규정은 상법이 제정된 1962년부터 있었다. 1999년 감사위원회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누락된 것일 뿐”이라며 재계 요구에 난색을 보였다.

상법 내 감사위원회 관련 ‘3%룰’ 변천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상법 내 감사위원회 관련 ‘3%룰’ 변천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손경식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3% 룰’외에도 경제계가 생각하는 ‘독소 조항’을 줄줄이 읊었다.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책임을 추궁할 수 있도록 한 다중대표소송제를 비롯해 ▶상장사 소수주주권 행사 시 6개월 보유 요건 완화 ▶전속고발권 폐지 ▶일감 몰아주기 등 내부거래 규제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 지분율 상향 ▶대기업집단 내 금융회사를 이중 규제하는 금융그룹감독법 제정 등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3% 제한에 대해선 여지를 두고 보완책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 문제만 풀리면 나머지 쟁점은 반발이 크지 않아 해소가 많이 어렵진 않다”고 말했다. 경제계나 야당이 반발하더라도 174석을 가진 민주당이 ‘기업규제 3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유동수 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취재진에 “다 열어놓고 의견을 수렴하겠지만, 여당이기 때문에 정부안을 기초로 볼 수밖에 없다”며 “(경제계와) 접점을 찾는다기보단 대안을 만드는 과정이다. 법이라는 게 100% 만족은 없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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