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꾸민 코오롱스포츠 매장
이미 에르메스나 루이비통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가 매장에 전시장 컨셉트를 도입한 바 있지만, 한 층 전체를 온전히 전시장으로 꾸민 경우는 드문 일이다.
김범상 글린트 대표
한남동 플래그십 스토어 기획
1층 전체를 3팀 작품으로 채워
전시장 거쳐야 매장가는 동선
“신선하고 힙한 느낌 불어넣을 것”
- 브랜드와 협업해서 전시를 기획한 적이 있었나.
- “이번이 처음이다. 제안은 많이 받았지만, 다 고사해왔다.”
- 그런데 어떻게 같이 일하게 됐나.
- “끈질긴 커뮤니케이션 덕분? 하하. 그것보다 코오롱스포츠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스포츠 브랜드이고 그래서 레트로 이미지가 강하다. 이 레트로 느낌을 뒤집어보고 싶었다. 젊은 사람들이 코오롱스포츠에서 신선하고 힙한 느낌을 얻게 하고 싶었다. 오래된 브랜드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고.”
- 전시 주제는 무엇으로 잡았나.
- “도시 안에서의 야외 활동을 뜻하는 ‘어반 아웃도어’다. 이 주제를 세 팀의 작가들에게 주고 어울리는 작품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더 유명한 아티스트나 디자이너에게 맡길 수도 있었으나, 그간 눈여겨 보아온 젊고 의욕적인 작가들을 믿어보기로 했다.”
- 작가들에게 뭐라고 주문했나.
- “원래 엄청 참견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번엔 좀 느슨하게 했다.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대중화된 공간에서 젊은 작가들을 알리는 게 목적이었다.”
- 동선이 독특하다.
- “공간에 대한 목적이 분명했다. 인근에 브랜드 매장과 맛집은 물론 삼성미술관 리움, 페이스 갤러리,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등 문화공간이 많은 곳이다. 그런 성향을 가진 젊은 소비자들이 찾는다는 의미다. 이런 환경에 어울리는 체험 공간으로 가자고 했다. 우선 호기심을 끌고, 전시를 보고, 그리고 나서 자연스럽게 제품을 접할 수 있도록.”
- 공간 전체의 컨셉트라면.
- “여러가지 기획이 가능하도록, 거칠고 단순하고 중립적으로 했다. 기존 매장과 달라 보이게 하기 위해 상록수 로고와 폰트도 새로 만들었다.”
- 지하 매장 디스플레이도 했나.
- “그건 아니다. 하지만 조언은 했다. 화려한 레저복 색상이 아닌 무채색 계열로 배치하자고. 아무래도 ‘어반 아웃도어’니까. ‘좀 달라 보인다’는 평가가 많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화제가 되고, 매출도 늘고, 그래야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서 할 수 있으니까.”
- 1년 간 네 차례 전시를 한다고 들었다. 다음 기획은 뭔가.
- “11월 둘째 주부터 겨울 시즌을 위한 전시를 시작한다. 이번에도 세 팀이 또 다른 느낌으로 준비하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극지연구소 남극과학기지에 의류 및 용품을 공급한 것을 계기로 극한을 이기는 ‘안타티카’ 다운을 선보이고 있는데, 여기서 모티브를 얻었다.”
- 전시 기획자로서 소감은.
- “나는 공간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한구석이라도 소홀히 하면 곧 드러난다.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친절해야 한다.”
정형모 전문기자/중앙컬처앤라이프스타일랩 h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