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아사히신문 기자의 ‘일본 뚫어보기’
체류 기간 만기 전에 연장을 못 하게 된 것도 코로나19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박사과정 9월 입학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로 한국어능력시험이 연기됐다. 한국어능력시험은 유효기간이 2년이며 내가 가지고 있던 건 그 기한이 5월까지였다. 그런데 5월 시험이 7월로 연기되면서 입시 서류 제출 마감까지 못 내게 되었다.
연예인들 온라인 팬미팅 더 인기
손예진 라이브방송 4만5000명 참가
한·일 부부 유튜브 구독자도 많아
한국 대학원 박사과정 입학 서류
한국어능력시험 연기 탓 ‘펑크’
귀국 후 2주 동안 자가격리를 마치고 어떻게 한국에 돌아갈지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쯤 일본 방송국으로부터 한국 음식·여행프로그램 관련 현지 리포트 제안을 받았다. 10월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전라남도에 가서 취재하는 일정이었다. 영사관 관계자한테 확인했더니 취재 비자라면 발급 가능할 것 같다고 해서 제출 서류를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영사관 담당자한테 “지금까지 프리랜서 기자한테 취재비자를 발급한 적 없다”고 들었다.
그래도 방송국 회사 도장을 찍은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고 해서 재택근무 중이던 담당 프로듀서가 출근해서 도장을 받아 줬다. 그 외에도 코로나19 증상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진단서 등 코로나19 때문에 늘어난 서류, 그리고 내가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약력 등 추가로 필요하다는 서류도 모두 제출해서 접수됐다. 그런데 아사히신문 기자 당시 1주일 이내에 발급받았던 취재비자가 2주가 지나도 안 나왔다. 영사관 담당자는 “발급이 아직이냐는 전화는 하지 말라”고 했었지만 참다못해 전화를 해 봤다.
취재도 비자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 입국할 방법을 다시 처음부터 생각해야 되게 생겼다. 외국인이고 프리랜서라는 게 사회적 약자라는 걸 지금처럼 실감한 적은 없었다.
최근 한·일 기업인들은 2주격리 없이 양국을 오가며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취재비자도 해당된다면 비자도 받고 현지 리포트도 예정대로 했을 텐데 아쉽긴 하다. 그래도 가능성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는 것에 희망을 느낀다.
그러던 차에 하반기에 들어 갑자기 온라인 강연 의뢰가 늘어났다. 그것도 한국관광공사 등 공적 기관의 의뢰가 많은 것을 보면 올해는 자유로운 왕래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온라인으로라도 뭔가 한국 홍보를 해야겠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나는 개인적인 관심과 취재 일 때문에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를 다니는 여행을 2년 전부터 해 왔다.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인천·군산·목포·대전·제천 등에도 가 봤다. 그때 찍은 사진들을 보여 주면서 여행 이야기나 영화·드라마에 관한 이야기를 온라인으로 몇 번 했다. 한번은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본인 배우 다케다 히로미쓰(武田裕光)와 연결해서 오사카와 서울 간 온라인 대담도 했다.
한국에 여행을 못 가는 시기에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나 하는 망설임도 있었지만, 오히려 못 가는 대신 사진이나 이야기로 여행하는 기분이라도 즐기고 조금 위로가 됐다는 소감을 들었다. 내가 한국에 살면서 거의 매달 한·일 간을 왔다갔다 했던 것처럼, 일본에서 한국으로 국내 다니듯이 편하게 왕래했던 일본사람들은 지금 “한국에 가고 싶어 미치겠다”고들 한다.
왕래가 어려운 건 일반 사람뿐만 아니라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한·일 관계가 악화해도 사실 일본에서는 한국 배우나 K팝 아이돌의 팬미팅은 활발하게 열렸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줄줄이 취소됐던 팬미팅이 최근 온라인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특히 화제가 된 건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으로 인기가 폭발한 손예진 배우의 팬미팅. 지난 9월 27일에 라이브 방송됐다. 참가비가 1800엔(약 2만원)으로 저렴한 덕인지 적어도 4만5000명은 참가했다고 하니 수입으론 괜찮았을 것 같다. 오프라인이면 4만5000명 참가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온라인 팬미팅이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류 접수 못 해 비자 연장도 불발
그 외에도 내가 즐겨보는 한·일 부부 유튜브는 ‘카이쥬들(怪獣たち)’. 남편이 한국 사람, 아내가 일본 사람이다. 카이쥬는 괴물이라는 뜻인데 딸과 아들 두 아이를 카이쥬들이라고 부른다. 구마모토에서 보내는 시골 생활을 찍고 유튜브에 올리는데 편집을 잘해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다. 부부는 둘 다 여행을 좋아해서 처음 만난 곳도 인도였다고 한다. 결혼해서 오키나와에 살다가 가족이 함께 세계 여행을 떠나려고 했을 때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아내의 집이 있는 구마모토에 살게 되면서 그 생활을 유튜브로 공개하고 있다. 한글 자막도 있어서 일본 시골 생활에 관심이 있는 한국 구독자도 많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계획이나 생활이 바뀐 사람은 적지 않을 것이다. 한·일 부부의 유튜브를 보고 있으면 나도 주어진 곳에서 즐기지 않으면 손해라는 생각도 든다. 하루빨리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일본에 있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볼 수 있는 영화를 보면서 그날을 기다리고 싶다.
나리카와 아야(成川彩) 2008~2017년 일본 아사히신문에서 주로 문화부 기자로 활동한 후,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석사과정에 유학. 한국영화에 빠져서 한국에서 영화를 배우면서 프리랜서로 일본(아사히신문 GLOBE+ 등)의 여러 매체에 영화 관련 칼럼을 집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