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작가의 개인전 ‘2020’에는 해외 미술계에서 먼저 인정받은 스케이트 파크 야외 설치 작업을 비롯, 회화, 드로잉, 조각 등 미공개 최신작 30점이 전시됐다.
구정아, 서울 PKM갤러리 개인전
“일상의 소재로 시를 일깨우려 해”
내년 미국·프랑스·덴마크에도 설치
섬의 스케이트 파크는 건축가 등 관련 전문가들과 협의해 주변 풍경을 해치지 않도록 곡선으로 디자인했고, 땅 아래로 설치했다. 구 작가는 “공공 야외 공간에 놓일 작품이라 고려해야 할 문제가 많았다. 특히 안전 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느라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고 했다. ‘신의 한 수’는 인광(燐光) 페인트였다. 밤에 전기를 끌어다 쓰기 어려운 환경에서 페인트칠로 빛을 발하도록 한 것이다.
작품이 소개되자 세계 곳곳에서 러브콜이 쇄도했다. 2015년 영국 리버풀 비엔날레, 2016년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 2019년 밀라노 트리엔날레에서 200~350㎡ 규모의 스케이트 파크 조각 작품을 설치했다. 지난해 밀라노 트리엔날레엔 대형 실내 스케이트 파크를 소개했다. 내년에는 미국 마이애미와 프랑스 아를, 덴마크 코펜하겐에도 설치할 예정이다.
이 작품을 위해 갤러리는 본관 전시장 불을 12분간 밝혔다가 3분간 꺼지도록 조정했다. 관람객이 ‘세븐 스타즈’ 연작을 제대로 보려면 적어도 15분은 전시장에 머물러야 한다. 갤러리는 전시장 개방 시간도 평소와 달리 정오부터 일몰 이후인 저녁 9시까지로 조정했다.
‘그저 평범한 것은 없다.’ 작가가 1990년대 후반부터 작업하며 마음에 새긴 말이다. “평범한 용도를 가진 일상의 소재에서 시적인 측면을 일깨우는 게 작가로서 내가 할 일”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전시엔 자석의 힘을 활용한 소형 조각 4점을 포함, 기차나 비행기 안에서 그린 나무 드로잉 연작 ‘당신의 나무 나의 대답(Your Tree My Answer)’도 소개한다. 구 작가는 파리 조르주 퐁피두 센터, 뉴욕 디아 비콘,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 스톡홀름 현대미술관, 서울 아트선재센터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현재 부산 비엔날레에서도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11월 28일까지.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