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봉 전문기자의 이번 주 이 책
박일환 지음
뿌리와이파리
한국어,
그 파란의 역사와 생명력
백낙청·임형택·
정승철·최경봉 지음
창비
언어습관 뜯어고치기 어려워
열린 태도로 현실 반영해야
한글날 맞춰 출간된 책 두 권
국립국어원의 변화 촉구
『맹랑한 국어사전 탐방기』는 당연히 현재 이야기다. 지금 우리는 한국어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나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어…』의 대담자들에 비하면 『맹랑한…』의 저자 박일환씨는 상대적으로 재야 혹은 비강단이라고 해야 할 텐데 문제의식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박씨는 『미친 국어사전』 『국어사전 혼내는 책』을 낸 적이 있다. 그가 문제 삼는 것은 그러니까 사전이다. 박씨는 우리 국어사전들이 ‘짝퉁’ 내지는 ‘유사’ 국어사전 수준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부실함의 정도를 가늠하기 어려울 지경이라는 것이다. 다채롭고 명확해 보이는 영어사전류만 떠올려도 국어사전들이 문제 있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맹랑한…』은 국어사전의 부실 사례로 가득하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 국립국어원 웹사전인 ‘우리말샘’, 부실함이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문제가 없지 않은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을 가차 없이 도마에 올린다.
봄볕·여름볕·가을볕·겨울볕, 이 네 단어의 띄어쓰기 문제에 이르면 저자의 분노가 이해된다. 봄볕·가을볕은 표준·고려대 사전 모두 합성어로 인정해 보이는 대로 붙여 쓰면 된다. 겨울볕은 ‘겨울 볕’으로 써야 한다. 여름볕은 고려대 사전은 ‘여름볕’, 표준대사전은 ‘여름 볕’으로 쓰도록 하고 있다.
저자 박씨는 사전 편찬자들은 언중들이 배워서 쓰도록 모범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언중들이 쓰는 말을 찾아서 표기와 뜻을 제대로 설명해주는 게 존재목적이라고 단언한다. 언중은 논리를 따지기보다 편리함을 중시한다. 규범을 따져 언어습관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현실에 열린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공시적인 언어관습을 점검한 『맹랑한…』과, 언어규범과 관습 간의 길항관계를 통시적으로 살핀 『한국어…』가 뚜렷하게 겹치는 지점도 이런 대목에서다.
『한국어…』 대담자의 한 사람인 원광대 국문과 최경봉 교수는 국가가 아무리 규범으로 언어를 통제하려 해도 다양한 방식으로 쓰고 말하려는 사람들의 욕구를 막을 수는 없다고 진단한다. 표준어의 지배력을 따지는 대목에서다. 또 다른 대담자인 성균관대 임형택 명예교수 역시 전국적 소통을 위해 표준말이 필요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언어 다양성을 기본적으로 옹호하는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립국어원의 표준어 정책이 경직됐다는 비판이다.
신준봉 전문기자 infor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