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PICK
배고프지 않아도 일정한 시간에 식사
소식하면 체력 고갈, 장기 노화
근육 줄고 지방 축적 성향 강화
면역력 저하로 감염 질환 위험도
아침·점심 제대로, 저녁은 3분의 2
한 끼는 고기 섭취로 단백질 보충
빵·떡 등 탄수화물 간식 자제해야
허리둘레를 줄이려는 노력은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문제는 연령·성별·직업에 관계없이 무조건 적게 먹고 운동만 하려고 하는 경우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무조건 식사량을 줄이고 활동량을 늘리면 뱃살이 줄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외식·회식을 자주 하는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대에 적용될 법한 방법”이라며 “중년 이후엔 뱃살을 빼기 위한 접근법을 달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노년기의 뱃살 빼기 전략은 조금 달라야 한다. 부족하지 않게 제대로 먹고, 한꺼번에 체력을 소모하지 않도록 활동량을 조절해 몸이 지치지 않도록 해야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식사를 지나치게 적게 하거나 굶으면 기운이 없어지기 때문에 자꾸 눕거나 자고 싶어지고, 활동량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몸에서는 굶어서 뺀 지방을 보충하려는 반응이 강해져 외려 몸속에 지방이 축적되고 뱃살이 느는 경우가 생긴다. 박 교수는 “중년 이후에 먹는 것을 무조건 줄이고 운동량만 늘리면 장기가 일하는 속도가 느려지고 피곤해지면서 면역력이 떨어진다”며 “생활 전반에 활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대상포진 같은 감염 질환의 위험이 커지고 장기의 노화 속도도 빨라진다”고 말했다. 특히 노약자나 질병이 있는 사람은 장기가 이미 어느 정도 노화한 상태라 조금만 무리해도 몸에서 지방을 축적하려 한다.
중년 이후엔 체중계 숫자에 얽매이기보다 허리둘레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뱃살 빼기의 첫 단계는 배고프지 않아도 앞으로 열량을 쓸 만큼 일정 시간에 식사를 하는 것이다. 활동을 시작하는 아침과 활동량이 증가하는 점심은 가급적 제대로 하고, 저녁을 평상시보다 3분의 2 정도로 줄여 먹는 것이 적절하다. 박 교수는 “뱃살을 빼려 할 때 흔히 하는 오류가 아침부터 적게 먹으려 하는 것”이라며 “체력을 소모하기 전에 먼저 먹어 몸이 쓸 수 있는 연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 끼 식사에서는 적어도 밥을 3분의 2공기 이상 반드시 먹는 게 좋다. 무리한 절식보다 활력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식사량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중노년층이 뱃살을 빼겠다고 식사량을 줄이면 외려 체중·근육량·복근·허벅지 같은 부분 근육이 함께 줄면서 탄력도 줄어 맹꽁이처럼 뱃살만 느는 상태가 되기 쉽다. 아침·점심 중 한 끼 식사는 살코기를 섭취해 단백질·열량 섭취를 조금 늘려주는 게 오히려 뱃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박 교수는 “밥을 좀더 챙겨 먹으시라 권하면 ‘밥을 더 먹으면 살찌고 배가 나온다’고 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중년 이후엔 입맛이 떨어지는 게 문제로, 이미 질병이 와 체중 감량이 위험한 노년층 여성들도 이런 대답을 한다”고 말했다.
매 끼니 사이 간식은 반드시 조금씩 먹는 게 좋다. 오이·당근·토마토같이 지나치게 열량이 적은 것보다 바나나·사과와 같이 100칼로리 정도에 해당하는 딱딱한 과일류가 적당하다. 대신 빵·떡 등은 절제하고, 견과류·유제품 등 건강에 좋은 간식류도 열량이 높으므로 지나치지 않도록 주의한다. 중노년층 여성의 경우 밥을 대충 먹고 빵·떡·과일 같은 간식을 배불리 먹어 탄수화물을 과하게 섭취하는 것이 복부 비만의 주원인인 경우도 적지 않다.
운동 많이 한 날엔 음식 섭취량 늘려야
중년 이후엔 식사량을 조절하기보다 30분 빨리 걷기와 어깨 돌리기 같은 운동을 500번 하는 등으로 활동량을 늘리는 게 도움이 된다.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서 앉았다 일어서기, 주 2회 정도 아령 들기 같은 근력 운동도 근육의 힘을 유지하는 데 좋다.
운동할 땐 아침·점심 식사를 어느 정도 제대로 먹은 다음에 힘을 유지하면서 온종일 신체활동량을 조금씩 늘려줘야 한다. 한꺼번에 운동량을 늘리면 힘이 고갈돼 움직이기 싫어지고, 체내에서는 체력 저하로 지방을 축적하려는 경향만 강해져 뱃살 빼기엔 별 도움이 안 된다. 박 교수는 “평상시보다 운동을 더 한 날은 200칼로리 정도의 간식을 통해서라도 음식 섭취를 늘려야 체력이 바닥나는 것도, 몸이 지방을 더 쌓으려 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