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머니]“10억 집? 900만원 내세요” 김현미도 지적한 복비

중앙일보

입력 2020.08.29 06:00

수정 2020.08.29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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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수수료(중개보수)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5일 "부동산 중개수수료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다. 개선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한 게 계기가 됐죠. 이 문제는 부동산 업계의 해묵은 이슈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중개료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나온 얘기라 파장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왜 이런 논란이 생기게 된 걸까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부-문화재청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매·전세 중개수수료율은 얼마

=현행 중개수수료율은 2014년 정해졌다. 지역이나 거래 유형 등에 따라 다르다. 서울에서 집을 살 땐 거래가격 5000만원 미만의 경우 최대 수수료가 25만원(수수료율 0.6%), 5000만~2억원 미만은 최대 80만원(수수료율 0.5%)이다. 2억~6억원 미만 주택은 상한 요율이 0.4%, 6억~9억원 미만은 0.5%, 9억원 이상은 0.9%다. 예컨대 시세 5억원인 아파트를 사고팔면 0.4% 수수료 구간이기 때문에 매도인과 매수인이 공인중개사에게 각각 최대 200만원을 줘야 한다. 10억원짜리 집은 최대 900만원씩 수수료를 내야 하는 셈이다. 
 
=전셋집을 구할 때도 비슷하다. 서울의 경우 전세보증금이 5000만원 미만이면 수수료 상한선은 20만원(수수료율 0.5%), 5000만~1억원이면 30만원(수수료율 0.4%)이다. 1억~3억원은 0.3%, 3억~6억원은 0.4%, 6억원 이상은 0.8%가 각각의 상한선이다.

서울 주택 매매 중개수수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집값 오르면 수수료도 뛴다

=문제는 중개수수료를 결정하는 요율이 거래금액에 연동돼 있다는 점이다. 집값이 오르면 수수료도 덩달아 뛰는 구조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은 최근 3~4년간 가파르게 올랐다. 6년 전 '고가 주택'으로 분류돼 최고 요율을 적용받던 9억원(매매) 이상 아파트도 크게 늘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달 기준 9억2787만원(KB국민은행 조사)으로, 3년여 만에 50% 넘게 올랐다. 서울 전체 아파트(170만여 가구)의 절반 이상이 '고가 주택'이 돼 수수료율 0.9%(매매)를 적용받게 된 셈이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H아파트 전용면적 59㎡(옛 23평)를 예로 들어보자. 2017년 8월엔 5억5500만원에 팔려 거래금액의 0.4%인 220여만 원을 중개료로 냈는데, 지금은 10억원으로 올라 이 집을 사려면 900만원(0.9%)을 내야 한다. 중개료가 3년 만에 4배로 오른 거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집이 달라진 것도, 중개사의 서비스가 달라진 것도 아닌데 집값이 올랐다고 높은 중개료를 주는 건 납득이 안 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린 한 청원자는 "10억원짜리 주택을 매매할 경우 중개수수료를 최대 900만원까지 내야 하고(부가세 제외), 매도자와 매수자 각각 수수료를 지불하므로 중개업자는 거래 한 건으로 최대 1800만원을 챙기는 구조"라며 "이것이야말로 현 정부가 그토록 경계하는 불로소득에 가까운 것 아니냐"고 했다. 


#매매 9억 이상은 중개사와 협의?

=소비자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매매 9억, 전세 6억원 이상 주택 거래에 대해선 중개사와 '협의'해 수수료를 정하게 돼 있지만, 실제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협상력이 약한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가 중개 의뢰할 때 더 그렇다. 지난 5월 서울 성동구에서 9억원대 집을 산 30대 A씨는 "중개사가 수수료율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계약서엔 수수료율이 0.9%로 적혀 있었다"며 "항의를 하니 고작 몇십만원 깎아줬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상가의 부동산 중개업소. 매물 품귀 현상으로 아파트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다. 연합뉴스

#중개사협회 "집값 올린 건 정부인데…"

=공인중개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집값과 전셋값을 올려놓은 건 정부인데, 중개보수가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요율을 낮춰야 한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가뜩이나 매물이 줄고 중개업소가 많아 영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칫 중개사의 수익 구조만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달라질까

=이런 갑론을박은 지난 2~3년간 수시로 반복됐다. 하지만 그때마다 유야무야로 끝이 났다. 이번엔 국토부 장관이 중개료 체계 개편 의지를 드러낸 만큼 손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안팎에선 5단계로 나뉜 거래금액별 상한 요율을 세분화하는 방안이 언급된다. 예컨대 10단계로 쪼개 구간별 금액 차이를 좁히는 식이다. 거래금액별 상한 요율을 낮추거나, 요율별 기준 금액을 높이는 안도 거론된다. 또 거래금액에 따라 오르는 요율 계산법 대신 거래 건당 정액제로 수수료를 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실행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많다. 
 
황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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