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실리콘밸리 절친' 해리스 당선땐 빅테크 규제론 제동?

중앙일보

입력 2020.08.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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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공화당 전당대회로 미국 대선 대진표가 완성됐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클 펜스 부통령 vs 민주당 조 바이든, 카멀라 해리스(부통령 후보)다. 이들 중 실리콘밸리의 열렬한 환호를 받은 이는 민주당 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다. 
 

미국 첫 흑인 여성 부통령후보 카멀라 해리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왜 중요해?  

민주당의 대선 승리시 실리콘밸리와 워싱턴D.C 간 긴장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와 관계가 돈독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 덕분이다. 지난 3년여 간 실리콘밸리는 '빅테크의 정치적 편향'을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을 거듭했다. 빅테크는 특히 최근 미 의회로부터 반(反)독점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어 우군이 절실하다.
· 해리스 부통령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인 캘리포니아주의 기술 기업에 우호적 입장을 취해왔다. 그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IT대기업 해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나왔던 엘리자베스 워렌(메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은 빅테크 해체를 주장했다. 
· 해리스가 부통령이 되면, 향후 빅테크 규제기조가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부통령이 직접 정책을 지휘하진 않지만 법무장관 임명 등에서 영향력을 발휘해 빅테크 규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 
  

실리콘밸리의 계산서

미 포츈은 "석유 산업계가 텍사스 출신의 부통령 후보를 맞거나, 월스트리트가 뉴욕 출신 후보를 맞이하듯 빅테크가 (해리스를) 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리스 의원이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이튿날(8월 13일) S&P지수는 1.4% 올랐고, 나스닥 지수도 2.13% 상승했다. (페이스북 3.47%, 구글 1.3%, 아마존 1.18% 상승)
 
① 기술을 아는 후보
· 민주당의 다른 유력 후보군은 수잔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엘리자베스 워렌(메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이었다. 라이스는 외교안보전문가고 워렌 의원은 대표적인 빅테크·월가 규제론자다. 반면 해리스는 '기술 실용 주의자'라는 평가(Vox)를 받는다. 빅테크 해체 등 강경한 입장을 취한 적이 없다.  



② 법무장관 때 지켜봤다
·해리스는 2010년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출마 당시 구글 캠퍼스를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빅테크를 대변하는 현실적 동맹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법무장관 재임시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2012)·왓츠앱(2014) 인수를 반대하지 않았다. 최근 반독점법 위반 논란을 부른 핵심 사례들이다. 허핑턴포스트는 "해리스는 페이스북을 위협이 아닌 동맹으로 여겼다"고 평가했다.
  
③ 코드가 맞다
· 해리스는 진보적 가치를 지지해왔다. 동성혼 합법화, 이민자 권리보호, 소비자 권리보호, 환경보호, 성범죄 강력처벌 등. 혁신과 다양성을 지향하는 실리콘밸리와 코드가 잘 맞다.
· 인도계 미국인이라는 출신 배경도 기술 이민자가 많은 실리콘밸리와 통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기술이민 제한은 이 지역 기업들의 인재 확보에 타격을 주고 있다.
  
④ 인맥으로 얽혔다
·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자, 링크드인 창업자인 리드 호프만, 아마존 법무총괄 데이비드 자폴스키, 전 애플 부사장 신시아 호건 등 실리콘밸리의 거물과 친분이 깊고, 이들의 정치 후원금을 받아왔다.(캘리포니아 기부추적 사이트)
· 로렌 파월 잡스(스티브 잡스의 부인), 니콜 어반트(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CEO 부인) 등 테크기업 안주인들과도 가까운 사이. 여동생은 우버의 최고법률책임자 토니 웨스트와 결혼했다. 

민주당 전당대회(8월 12일)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자(오른쪽)과 마주본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 AP=연합뉴스.

민주당의 계산서

명분은 확실하다. 흑인·남아시아계·여성이다. 젊고, 진보적이며 뛰어난 화술과 카리스마도 갖췄다. 바이든을 보완하는 데 더없이 좋은 카드다. 
 
· 해리스는 트럼프의 비판자·저격수 역할에 최적이다. 바이든 대선 후보가 진흙탕 싸움에 약해 트럼프 대통령의 입심에 맞설 칼이 필요했다.  
· 코로나19로 선거 자금력이 중요해진 이번 대선에서 실리콘밸리의 막대한 정치후원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2016년 대선 당시 캘리포니아주는 전체 주 가운데 최대 후원금인 5억 2200만달러를 냈다(폴리티코).
·7월 말까지 공화당이 더 쓸 수 있는 선거자금은 1억 달러 이상이 남았지만, 민주당에겐 3300만달러 뿐이었다(NPR). 그러나 해리스 지명 후 48시간만에 4800만달러가 모였다. 바이든이 3개월(4~6월) 간 모은 후원금 9700만달러의 절반 이상이 단 이틀 만에 모였다.  
 

실리콘밸리의 기대대로?

민주당 바이든-해리스의 '정책 소개 페이지(Joe's vision)'를 보면 경제 회복 계획(Build back better)' 등 45가지 의제에 대한 비전이 발표되어 있다. 테크 산업 항목은 없지만 고용보험, 이민, 중산층 부활 등 여러 부문에서 테크업계와 호흡이 맞다.
 
· 빅테크 규제론을 펼치던 바이든은 최근 공약에서 미국 기업 지원, 에너지, 인공지능(AI), 5G 통신 미래산업 지원책 등을 강조했다. 빅테크에 우호적 정책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을 취소하겠단 공약은 실리콘밸리가 반길 일. 
· 반독점 문제는 해리스가 중재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포스트는 "해리스가 실리콘밸리의 조용한 동맹자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부담도 있다. 바이든이 정치광고 및 영상 조작 문제에서 소셜네트워크(SNS) 기업의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통신품위법(CDA 230조)'을 폐지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바이든은 "유럽의 일반데이터보호규정(GDPR)과 같은 표준을 설정해야 한다"며 데이터 프라이버시 강화도 주장하는 중. 
· 브루킹스 연구소는 "바이든 정권이 들어선다면 경쟁 정책(독점금지), 개인정보 보호, 사이버 보안, CDA 230 개혁 등에서 강력한 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 알면 좋은 것

· 해리스도 빅테크에 늘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페이스북에 대해서는 "가짜 뉴스 등이 규제되지 않고 있다"며 경고를 날렸고, 우버 관련해선 노동자 고용을 강조하는 AB5 법안을 지지했다.
· 조 바이든 후보는 77세, 해리스는 55세다. 바이든 후보는 4년 후 재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 해리스는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도 떠올랐다. 역대 부통령 48명중 14명이 대통령에 당선됐고, 바이든도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 출신.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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