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넷플릭스 맞서 협력을” 정부 당근 안통하는 OTT 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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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토종 OTT.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위기의 토종 OTT.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넷플릭스 대항’ 방법을 놓고 정부와 국내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동상이몽’ 중이다. 해외 경쟁력과 소비자 편익을 위해 여러 국내 OTT를 통합하자는 정부와, 애지중지 키워온 자사 서비스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OTT 사업자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웨이브(지상파3사-SKT)·왓챠·티빙(CJ ENM)·시즌(KT) 등 국내 OTT는 음원·영화 저작권료를 두고도 이해단체들과 분쟁 중이다. 사면초가에 빠진 한국 OTT, 무슨 일일까.

무슨 일이야?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8일 “넷플릭스 등 해외 OTT의 성장이 가속화되는 시점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국내 사업자 간 제휴와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적극적 K-OTT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국내 OTT 4개사와의 간담회 직후 낸 성명에서다. 이는 “국내 OTT의 ‘협업형 해외진출’을 지원하겠다”고 한 지난 6월 발표(범부처합동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의 연장선에 있다.
· 18일 간담회에는 국내 OTT 업체들도 총출동했다. KT(시즌) 김훈배 신사업본부장, 스타트업 왓챠의 박태훈 대표, CJ ENM(티빙) 양지을 부사장, 웨이브(SKT-지상파3사)의 이태현 대표가 참석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국내 OTT 4개사와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 방송통신위원회]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국내 OTT 4개사와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 방송통신위원회]

K-OTT가 뭔데?

· 국내 OTT끼리 협업하란 정부의 촉구다. “넷플릭스란 거대 사업자 앞에서 우리끼리 싸우면 되겠냐”는 것. 국내 OTT들이 경쟁력있는 콘텐트를 개별 플랫폼에 가두는 전략으론 넷플릭스를 이길 수 없다는 얘기다. 소비자 피로가 심하고 산업 경쟁력도 낮아진단 취지.
· 반상권 방통위 방송기반총괄 과장은 “이대로면 여러 방송사 콘텐트를 다 받는(유통하는) 넷플릭스만 어부지리를 얻게 된다”며 “(국내 OTT 간) 합병을 전제하는 건 아니지만, 해외 진출시엔 (국내 OTT들이) 단일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OTT는 뭐래?

K-OTT 전략에 회의적이다. 내 브랜드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
·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은 중앙일보에 “아무도 손해를 안 보려고 할 텐데 잘 되겠냐” “서로 추구하는 방향과 수익모델이 달라서 현실적으로 통합은 어렵다”고 전했다. 각자 국내와 해외진출 전략 등이 너무 다르다는 것.
· 협업은 고사하고 당장 음악저작권협회, 수입배급사협회와의 저작권료 협상 문제가 발등에 불이다. 월 구독료를 받는 대신 ‘무제한’으로 콘텐트를 보여주는 OTT가 급성장하자, 음원·영화 저작권자들이 ‘사용료 견적을 다시 뽑자’고 요구하는 상황.

지난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통위-국내 OTT 4개사 간담회. 왼쪽부터 한상혁 방통위원장, 배중섭 방통위 방송기반국장, 김훈배 KT 전무(시즌), 이태현 웨이브 대표, 양지을 CJ ENM 부사장(티빙). [사진 방송통신위원회]

지난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통위-국내 OTT 4개사 간담회. 왼쪽부터 한상혁 방통위원장, 배중섭 방통위 방송기반국장, 김훈배 KT 전무(시즌), 이태현 웨이브 대표, 양지을 CJ ENM 부사장(티빙). [사진 방송통신위원회]

음원 사용료는 왜 문제?

· 음저협은 지난달부터 “국내 OTT의 음원 사용료를 매출의2.5%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협회는 이전까진 2006년 음원 사용료 징수규정에 따라 매출의 0.6%를 요구해왔다. 그런데 ‘메기’가 들어왔다. 2018년 넷플릭스가 음저협에 매출의 2.5%를 사용료로 지불하기 시작한 것. 음저협 측은 “해외기업이 국내 저작자 권익을 더 지켜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했다.
· 왓챠·웨이브·티빙 3사는 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음대협)를 구성하고 “저작권은 존중하지만 돌연 사용료를 4배 이상 올리라는 건 지나치다. 유사한 VOD 서비스인 IPTV의 요율보다도 3~4배 높다”고 반박 중이다. 음대협은 “코로나19 이후 노래방·클럽·콘서트 등에서 나오던 음저협의 매출이 급감하자 그 불똥이 OTT로 튀었다”고 본다.
· 협상은 난항 중이다. “현행 규정에 따라 0.6% 수준이면 내겠다”는 OTT와 “조정이 필요한 낡은 규정”이란 음저협이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영화 저작권료는 또 왜 문제? 

· 영화 배급사들도 OTT 업체에 저작권료를 더 내라고 요구 중이다. 수입영화 배급사 14곳이 뭉친 수입배급사협회는 이달 초 “OTT에서 영화 저작권의 가치를 인정받을 때까지 왓챠·웨이브·티빙에 콘텐트 제공을 않겠다”고 발표했다. 수배협 측은 “월정액 무제한 감상 모델의 OTT에선 영화 저작권료가 기존 IPTV보다 저평가되고 있다”고 했다. IPTV에서 영화 1편 결제시 저작권료 비중이 1500원이라면 OTT에선 그게 100원 내외로 떨어진다는 것.
· 수배협에는 100여개 영화수입배급사 중 14개가 소속돼있다. 왓챠의 경우 전체 콘텐트 8만여 편 중 영화 400편 가량이 공급 중단 영향을 받는다.
· 국내 OTT들은 “극장과 IPTV에서 이미 소비된 구작들만 OTT로 넘어온다”며 “영화만을 위한 개별 과금 시스템을 마련하란 건 신산업인 OTT의 구독모델 자체를 포기하란 것”이라고 반발 중이다.

그러니까, 넷이 합치면 더 좋지 않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협업하자는 정부 구상엔 공감하지만, 사업 비전이 각자 다르다. 미래성장동력으로 찍은 OTT를 쉽게 포기할 수도 없다.
· 티빙은 JTBC와의 합작법인 설립이 당면 과제다. 앞서 CJ ENM은 합작사 설립을 위한 티빙의 법인 분할 기일을 두 번 늦췄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다. 티빙 관계자는 “국내 OTT 간 협력엔 부정적이지 않지만, 지금은 합작사 준비로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고 했다.
· 왓챠는 일본·동남아 등으로 독자적인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다. 국내외 기업의 인수 제안도 10번 넘게 거절했다. 통신사·방송사 기반의 다른 OTT와 달리 뒷배 없이 견뎌야하는 ‘망 사용료’도 스타트업에겐 부담이다.
· KT는 최근 자사 IPTV인 올레tv에 넷플릭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LG유플러스에 이어 KT도 넷플릭스와 손을 잡은 것. KT 관계자는 “고객 수요를 생각한다면 해외 OTT를 배척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 SK텔레콤과 지상파들이 세운 웨이브는 넷플릭스 견제가 우선순위다. 정부의 K-OTT 구상에도 가장 적극적. 유영상 SK텔레콤 부사장(웨이브 이사)은 지난달 “필요하다면 민관 합동으로 대규모 펀드 및 합작 플랫폼을 구축해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KT는 최근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이달부터 IPTV 서비스 '올레tv'에서 넷플릭스 콘텐트를 공급한다. [사진 KT]

KT는 최근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이달부터 IPTV 서비스 '올레tv'에서 넷플릭스 콘텐트를 공급한다. [사진 KT]

더 알면 좋은 점

사업자들은 정부의 산업 진흥책과 규제가 동시에 들어오는 게 내심 불만이다.
· K-OTT 전략을 꺼낸 한상혁 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OTT에 기금 징수 가능성을 시사해 업계가 술렁였다. 당시 한 위원장은 “(OTT가 방송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징수하지 않는 불평등은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OTT 관계자는 “방발기금은 방송사업자가 공공재인 주파수와 채널을 사용하기에 내는 건데 OTT 기업에 적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넷플릭스 등 해외 기업에겐 강제할 수도 없고 규제 최소화를 외친 정부 방침과도 어긋난다”고 했다.
· 공정위는 OTT에 대해 ‘중도 해지시 환불 불가’ 약관을 조사 중이다. 앞서 같은 약관을 지적받았던 유튜브 프리미엄은 방통위에 과징금 8억6700만원을 내고 오는 25일부터 소비자의 중도해지·환불권을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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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