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닷컴 버블 붕괴와 2020년 주식 장이 닮은꼴이라는 분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애플ㆍ아마존 등 대형 기술주가 독식하며 연일 미국 뉴욕증시가 최고치를 경신하는 랠리의 끝이 머지않았다는 암울한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닷컴 버블을 지켜본 금융계 인사 인터뷰를 토대로 “대형주의 질주는 끝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동일가중 투자 대(對) 일반 투자 포트폴리오 사이 상관관계를 분석해 “폭락이 가깝다는 신호가 감지된다”고 전했다.
블룸버그가 1999년 닷컴 버블의 ‘생존자’라고 표현한 라이언 제이컵 펀드매니저는 “지금은 1990년대 후반과 똑 닮았다”고 말했다. 인터넷 상용화와 함께 닷컴 스타트업의 붐이 일었던 주식 장과 대형 기술주 중심 랠리가 이어지는 지금의 흐름이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그의 말이 맞다면 이 흐름의 끝은 폭락이다.
일반 투자 대비 동일가중 투자의 상관지수를 도출했을 때, 100%에 가까울수록 주식 시장은 안정적인 경향을 갖는다. 1999년 닷컴 버블을 앞둔 6월 22일, 이 상관지수는 75.72%로 폭락했다. 그해 3월 25일엔 95.93%였다가 3개월 만에 20.21%포인트가 빠진 것이다. WSJ는 “닷컴 버블 직전뿐 아니라 2006년 (미국) 주택시장 붕괴와 2017년의 주식 폭락 등을 앞두고 이 상관지수는 떨어졌다”고 전했다.
최근 이 지수는 다시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난 3월19일 99.39%에 달했던 숫자가 지난 21일 84.52%로 떨어졌다. 그래프를 보면 폭락의 속도와 폭이 닷컴 버블 붕괴와 닮았다.
낙관론도…“대장주 애플, 여전히 매력적”
그러나 낙관론 역시 있다. 지난주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총 2조달러(약 2379조원)를 달성한 애플의 주가수익률(PER)은 35배 수준으로 치솟긴 했으나, 코로나 19 이후를 감안하면 여전히 투자 가치가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업체인 쇼트힐스캐피털의 스티븐 웨이스 공동창업자는 CNBC에 "새로 나올 아이폰은 시총 3조 달러 시대의 열쇠가 될 것" 이라고 평가했다. 대형 기술주의 대장주 역할을 하는 애플의 폭락을 지금으로선 단언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또 1999년의 닷컴 버블 붕괴와 지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나온다. 1999년엔 각광받는 IT기업은 대체로 신생 기업이었으나, 현재 시장을 이끄는 기술주 기업들은 상당 기간 동안 성장성과 수익성을 검증 받은 업체라는 차이가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