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머니]증시 세대교체시킨 팬데믹…6070 팔고 2030 샀다

중앙일보

입력 2020.08.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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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중 하나가 '주식투자자의 세대교체'입니다. 상대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려는 성향이 큰 젊은 세대는 위기를 기회로 인식해 주식투자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들이 시장을 주도하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미국의 온라인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의 어플리케이션 화면. 가입시 공짜 주식을 랜덤으로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6070은 리스크 오프

=미국의 65세 이상 투자자 열 명 중 세 명은 지난 2~5월 가진 주식을 전부 팔았다. LPL 리서치·피델리티 자산의 연구 결과다. 나이가 많을수록 '리스크 오프(위험 회피)' 성향이 강했다. 60~64세(26.3%)보다 70세 이상(30.9%) 투자자가 더 많이 팔았다.  
 
=그럼 주식을 산 건 누굴까? 2030이다. 온라인 주식 플랫폼 '로빈후드'는 '미국판 동학개미'라 불린다. 수수료가 거의 없고, 가입 시 랜덤으로 공짜 주식을 주는 이벤트 등으로 인기를 얻었다. 사용자 평균 연령이 31세인 '로빈후드'에선, 평균 연령이 52세인 '찰스슈왑'과 어떤 다른 일이 벌어졌을까. 1분기 주식 거래량은 40배, 옵션 거래량은 88배였다.
 

#사세 사세 젊어서 사세

=투자자가 젊어진 건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2030은 국내 동학개미운동의 핵심이었다. 이미 많은 증권사가 이번에 2030 신규 고객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의 상반기 신규고객 중 33.8%는 20대, 27.37%는 30대였다. 새 고객 열 명 중 여섯 명은 2030이었던 셈이다. KB증권과 삼성증권도 같은 기간 늘어난 고객 중 2030 비율이 각각 56%, 52.5%에 달한다고 알렸다.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의 지난달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주식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는 이들이 68.3%나 됐다. 텔레그램 채널 구독자 1200여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건데, 응답자 중 30대 비중이 가장 높았고(48.8%) 평균연령은 38.5세였다.

20일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의 보고서 내용 중 일부. 온라인 매매 중 MTS의 비중이 HTS를 앞질렀다.

#투자 트렌드 바꾸는 2030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30 투자자에 대해 "재무제표 등 기본적 분석 대신 앱의 편리성과 신경제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투자를 '놀이'로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휴대폰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MTS가 컴퓨터로 주식을 거래하는 HTS를 앞질렀는데, 이런 배경엔 2030이 있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간편 송금서비스(20대의 53.5%, 30대의 42.8%)와 인터넷전문은행 모바일뱅킹(20대의 39.6%, 30대의 30.7%)의 주 고객이기도 하다.
 
=주가수익비율(PER) 등으로 적정주가를 평가하는 가치투자 관점에선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최근 벌어진 배경에도 2030이 있다. 기존의 중년 투자자가 애널리스트 리포트나 업계 종사자로부터 지식을 얻었다면 2030은 유튜브(40%)나 지인(35.2%)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잡코리아 조사). 이러한 출처 변화는 '지금까지 얼마나 컸느냐' 보다 '앞으로 얼마나 커지겠느냐'에 상대적으로 집중하게 했고, 결과적으로 성장주가 날개를 다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늘 이럴 거란 기대는 안 돼

=두 자릿수를 유지하던 국내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세 자릿수로 늘자 18일 개인 투자자가 순매도에 나섰다. 앞으로도 2030이 '리스크 온'으로 남을진 알 수 없다. 김 연구원은 "향후 개인 투자자의 추가 자금 유입과 매수 종목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상반기는 흥미로운 시장이었다. 3월 1400대까지 고꾸라졌던 코스피는 반등에 성공했고, 이달 초엔 2400대까지 올라왔다. 재미를 본 투자자도 많았다. 하지만 한 증권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처음 주식시장에 뛰어든 2030이라면 증시가 늘 이럴 거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귀띔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가장 충격에 빠진 건 주식 호황기인 2006~2007년에 증권가에 발을 들인 이들이었다고 한다.
 
문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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