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근심 달래는 시집 두 권

중앙일보

입력 2020.08.1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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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허연 지음
문학과지성사
 
슬픔도 깊으면
힘이 세진다
전윤호 지음
북인
 
코로나 격리는 시를 부른다. 서정시를 읽어보면 어떻겠냐는 얘기다. 시인의 고통을 보며 내 앞의 근심을 잊을 수 있다. 싱싱한 시인의 언어가 감탄을 자아낸다.
 

슬픔도 깊으면 힘이 세진다

허연 시인의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는 시집 제목 때문인지 매끈한 노래를 연상시킨다. 이 시집의 화자들은 대체로 무책임하다. “빼다 박은 아이 따위 꿈꾸지” 말자며 사랑의 미래를 가로막거나(‘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사랑이 식어 편안하다며 발을 뺀다. (‘이별은 선한 의식이다’) 그런데 왜 그런 걸까. 연민이 인다. ‘절창’ 같은 시가 절창 아닐까. 읽어보시길 권한다.


전윤호 시인의 『슬픔도 깊으면 힘에 세진다』는 좀 더 푸근한 세계다. 깨져서 아프고 버려져서 슬플지언정 그는 고향에 있다. ‘춘천역’ ‘안개곰’ 같은 시가 좋게 느껴진다. ‘샘밭에 시가 내린다’도 꼽아야겠다.
 
“떨어지자마자 사라질/ 작고 하얀 글자들이/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자꾸 내린다 쌓인다/ 신생아로 죽을 가엾은 시들/ 돌봐줄 겨울은 어디로 갔는지/ 시신을 만들며 트럭이 지나간다”. 이런 문장들이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