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병협 부회장)은 10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병협이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병협 내에도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며 “사립대학 의료원의 입장은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김영훈 고대의료원장 인터뷰
"증원 정책 우려하는 사립대 입장 반영 안 돼
의대정원 확대는 이류 공공의사 양산하는 길"
지난달 23일 정부와 여당이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하자, 병협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당시 병협은 “이제라도 의료 현장의 고충을 헤아려 의대 입학정원 증원계획 방향성을 제시한 것은 다행”이라며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위해 의료인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 병원이 필수 의료인력인 의사와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환자 안전이 더 이상 위협되지 않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의협 등과 온도 차가 있는 것으로 해석됐고, 당시 의료계 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젊은 의사가 주축이 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달 27일 대회원 서신을 통해 “병원협회는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 앞에서 의료인의 양심을 버리고 후배를 착취하려는 의대 정원 확대 찬성 입장을 철회하라”며 “병협은 기형적인 의료계를 만들어내고 있음에도 책임을 방관했다. 무한한 인력 착취를 부르짖으며 의료 현장의 파멸로 인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부는 반대로 이런 병협의 입장 등을 강조하면서 정책 추진 의지를 보여왔다. 지난 5일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의과대학 정원 문제에 대해 의료계 내에서 일관된 의견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대 정원 증원 조치가 과도하다는 주장과 다른 인식이 의료계 내에서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원장은 그러나 “정부와의 만남에서도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으로 문제를 풀려고 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의료전달체계와 지역 불균형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지만, 정부는 ‘이 정책은 무조건 가는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대화를 왜 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정책이 궁극적으로는 의사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지역 불균형을 해결하려는 대책 없이 의사들만 특정 지역으로 가서 근무하라고 한다”며 “질 나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공의사라는 타이틀을 갖고 할 수 없이 그 지역에 근무하게 하는 것”이라며 “이류 의사를 양산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의료 환경이 달라진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의료 과소비가 줄었다. 대학병원의 환자는 15~20% 줄었다”며 “의사 수를 늘리지 않고도 정년 연장 등의 방식으로 가용 가능한 인력을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이견과 관련해 병협 측은 “세부적인 부분은 더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인력 양성의 방법이나 배치 문제와 관련해선 열띤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환영하는 기본적인 입장은 변함없다”라고 밝혔다.
정영호 병협회장은 “10여년 전부터 병협의 공식입장은 ‘의대 정원 확대’였다. 병협 주류가 아닌 일부가 (반대를) 주장하는 것으로 방향성에 이견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