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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집단휴진인 줄도 몰랐다"...전공의는 여의도서 집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집단휴진에 들어간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집단휴진에 들어간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전공의가 24시간 집단 휴진(파업)에 돌입한 7일 오후 서울 강북삼성병원. 수납실 앞에 15명의 환자가 띄엄띄엄 앉아 있었다. 주변을 오가는 환자도 눈에 띄었다.

진료대기 전광판엔 순번 '0명' 

외래 진료 대기자의 순번을 알려주는 전광판에는 ‘공단검진예약 0명’ ‘퇴원금 진단서 제증명 4명’ ‘검사수납 2명’이 나와 있었다. 모두 5명 이하였다. 외래동도 마찬가지였다. 2~4층 모두 대기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날 집단 휴진 여파로 환자의 대기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평소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모친과 동행한 이정희(47·여)씨는 “내분비내과와 신경외과 진료를 받으러 왔는데 지난주와 기다린 시간이 거의 비슷한 것 같다”며 “신경외과가 원래 환자가 많다. 월요일에는 오래 대기하기도 하는데 (이날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사진은 7일 오후 서울아산병원 응급실 입구에 부착된 호소문. 연합뉴스

사진은 7일 오후 서울아산병원 응급실 입구에 부착된 호소문. 연합뉴스

70대 환자, "집단 휴진했는지 몰랐다" 

순환기 내과에 정기검진을 받으러 온 공모(73)씨는 “사실 전공의가 24시간 집단 휴진을 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전공의들은 이날 하루 연가를 내고 집단휴진에 동참했다. 전공의들이 현재 수련 중인 기관은 모두 244곳으로 파악됐다. 병원이 210곳이고, 대학 등이 나머지 34곳을 차지한다. 전공의 현원은 1만3571명으로 이 가운데 9383명이 연가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파업 참여율은 69.1% 수준이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전국 전공의가 집단휴진에 들어간 7일 오전 대구 북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2020 젊은의사 단체행동'에 참석한 1600여명의 대구·경북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대구·경북 의사회장단의 연대사를 듣고 있다. 뉴스1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전국 전공의가 집단휴진에 들어간 7일 오전 대구 북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2020 젊은의사 단체행동'에 참석한 1600여명의 대구·경북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대구·경북 의사회장단의 연대사를 듣고 있다. 뉴스1

대체인력 운영 주효 

지난 1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응급실과 분만실·투석실 등 필수인력을 포함한 모든 전공의의 업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의료현장에서는 혼란이 우려됐다. 이에 정부와 주요 대학·대형병원은 이날 전공의의 빈자리를 대신할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24시간 비상대응반도 운영 중이다. 병원 별로 급하지 않은 수술날짜는 뒤로 미루기도 했다.

서울대병원 본원 진료실도 평소와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이 병원의 경우 500여명 전공의가 소속돼 있다. 상당수가 파업에 참여 중이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경기도 수원의 아주대병원 등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응급실에서도 큰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도 간호사 인력 등이 배치돼 이번 집단휴진으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다고 한다. 일부 전공의는 현장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대신 의료현장을 지켰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전체 전공의 500여명 중 10%가량의 전공의가 남았다고 한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에 반대하며 집단휴진에 들어간 전공의들의 단체행동 집회에 참석해 있다. 뉴스1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에 반대하며 집단휴진에 들어간 전공의들의 단체행동 집회에 참석해 있다. 뉴스1

전공의, "의대정원 확대 재논의하라" 

연가를 낸 전공의들은 이날 전국 곳곳에서 열린 현장 집회에 참여했다. 서울 여의도 집회의 경우 주최 측 추산 6000명 이상(경찰 추산 3000명)이 몰렸다. 대전협은 1차 단체행동 결의문에서 정부를 향해 “무분별한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에 대해 전면 재논의하라”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이어 “정부는 우리를 코로나 전사들이라며 ‘덕분에’라고 추켜세우다 단물 빠지니 적폐라고 부르고 있다”며 “토사구팽이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상황 엄중히 보는 정부, 대화채널 운영 

정부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긴급 관계 장관회의를 열었다. 정 총리는 “비상진료대책을 차질없이 시행해 국민들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전공의 측과 대화채널도 운영한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복지부 차관)은 이날 중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대전협과는 이미 소통협의체 구성에 합의, 전공의 교육수련 환경개선과 이에 대한 지원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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