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과 별개” 투쟁 선봉 선 전공의
2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오후 서울시의사회 대강당에서 ‘전공의 대표자 회의’를 열고 오는 7일 오전 7시부터 24시간 동안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 등의 진료 인력까지 모두 철수하는 전면 파업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선배 의사이자 개원의가 중심이 된 대한의사협회가 14일 총파업을 예고했는데 이보다 일주일 앞서 투쟁 선봉에 서겠다는 것이다.
대전협 비상대책 회의에는 빅5 병원을 포함해 각 병원 전공의 대표 등 150명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투표권이 있는 97명에 투쟁안을 표결 거친 결과, 기권 3명을 빼곤 참석한 모든 대표가 찬성표를 던졌다고 비대위 측은 전했다.
빅5병원 포함 참여…"필수인력도 철수"
이들은 “이로 인해 환자 안전과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 것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며 “대한민국 의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이바지하고자 전국의 1만6000명 전공의의 단체행동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4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의료정책 수립에 정치적 논리를 버리고 국민 건강과 안위만을 생각할 것 ▶개인 희생으로 유지해온 왜곡된 의료체계를 바로 정상화할 것 ▶모든 의료정책 수립에 있어 젊은 의사와 현장 목소리를 반영할 것 ▶올바른 전공의 수련환경과 인간다운 근로조건을 위한 책무를 이행할 것 등이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2000년 의약 분업, 2014년 원격진료 및 영리 병원 추진에 반대해 벌인 파업에 이어 세 번째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이번 주까지 정부의 의사 증원 정책 수정 및 입장표명이 없으면 예고한 대로 7일 단체 행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말인 8일에도 같은 방식의 파업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의협 지침에 따라 14일 의협 총파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김형철 신촌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전공의 대표는 “전문가 협의 없이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탁상정책이 부동산 참사를 가져왔다”며 “코로나와 싸우느라 정신없는 의사들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탁상 의료 정책으로 의료계를 망치려는 정부의 시도를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필수인력까지 모두 참여 원칙”…의료공백 오나
당초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진료 인력은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모든 전공의가 참여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박 회장은 “모든 과의 모든 전공의가 참여하는 걸 원칙으로 했다”며 “사업장인 병원에서 필수인력에 대한 대체인력을 투입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과의 경우 수술실에서 집도 의사를 돕는다. 이들이 하루 쉴 경우 병원의 업무 공백이 불가피하다. 의협의 총파업보다 파괴력이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파업 참여율이 관건이란 의견도 있다.
의약분업 투쟁 당시 전공의 파업에 이은 의과대학 교수들의 파업으로 전국 대학병원의 진료가 일정 부분 마비됐었다. 2014년 원격진료 추진 반대 때는 전공의 가운데 참여가 저조해 일선 병원은 큰 무리 없이 운영됐다.
박지현 회장은 “전공의 대표들이 투쟁에 적극 의사를 밝힌 만큼 실제 파업 참여가 높을 것”이라고 전했다. 징계 우려와 관련해서도 “법적인 보호를 못 받더라도 참여하겠다는 회원들의 의지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이 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일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료계가 집단휴진을 강행할 경우, 방역에 큰 부담이 될뿐더러 피해는 결국 국민께 돌아갈 것”이라며 “집단행동을 자제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해결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김헌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진료에 차질이 생기는 등 위법적인 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