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전세시장 요동
6·17 대책 직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주변 부동산중개업소에 전세 안내문이 붙어 있다(그래픽 하단 사진). [뉴스1],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서울 전셋값 1주 새 0.13% 상승
2년 뒤 임대료 인상 5%로 제한
집주인이 미리 올려받을 수 있어
임차인 입장선 고통 더 클 수도
내년 서울 신규 입주 물량 반 토막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둘째 주(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13% 올랐다. 첫째 주(0.1%)보다 상승폭이 더 커졌다. 강남권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강남구는 0.24%, 서초구는 0.21%, 송파구는 0.26% 올랐다. 강북권에선 마포구(0.19%)와 왕십리뉴타운 일대 성동구(0.15%) 상승세가 뚜렷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임대차 3법은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신고제 도입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한제·갱신청구권)과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신고제)을 개정하면 되는데, 여당은 관련 개정안 다수를 발의했다. 여러 안 중 한 차례 계약 갱신을 허용하되(2년+2년), 갱신 때 임대료를 이전 계약의 5%를 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이 유력이다. 이와 함께 임대차계약을 하면 임대인 등 계약 당사자는 30일 이내에 주택 소재지 관청에 계약 내용을 신고(신고제)해야 한다. 당정은 이미 지난해 이 같은 방식으로 임대차 3법 도입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6·17, 7·10 대책 이후 집주인이 늘어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서둘러 임대차 3법을 처리할 방침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7월 임시국회에서 부동산 세법과 임대차 3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부동산 세제 강화로 고가 주택 집주인이 세금 인상분을 세입자에 전가하는 것을 차단하려면 임대차 3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쨌든 임대차 3법을 시행하면 심리적으로나마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임대차 기간이 사실상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팀장은 “임대료 상승 제한이 있기 때문에 임대차 기간이 2년 더 늘어나는 것으로, 2년 마다 이사를 가지 않아도 돼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차 중개수수료와 이사 비용 등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임대차 3법은 임대차 기간을 4년으로 늘린 것 외에는 딱히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한계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법 시행 전 보증금을 많이 올리거나, 전셋값 상승기엔 전셋값이 한꺼번에 오르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2년에 5000만원 오른 던 게 4년 후엔 1억원이 올라 임차인이 느끼는 고통이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임대차 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임차인 입장에선 조삼모사가 될 수 있다”며 “공공이든 민간이든 임대주택을 늘려 임대차시장을 안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장 내년부터는 서울의 신규 입주 물량이 확 쪼그라들어 전셋값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1739가구로 올해(4만2012가구)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2010년 이래 가장 적고, 특히 2000가구 이상 대단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수도권 3기 신도시가 입주하면 전세 수요를 흡수하겠지만, 3기 신도시가 본격적으로 입주하는 2024년까지는 ‘공급 절벽’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 3법이 보유세 강화 등과 맞물려 전세의 월세 전환을 가속화해 전세 물건이 더 줄 수 있다”며 “전·월세값이 급등한 지역을 중심으로 임대차 3법을 적용한다거나, 대출 금리가 뛰면 전·월세 상한을 상향하는 등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