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17일 “금융 세제 개편안이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투자자의 의욕을 꺾는 방식은 아니어야 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시기에 주식시장을 떠받쳐온 개인투자자를 응원하고 주식시장 활성화에 목적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시기가 미뤄지거나 과세 기준이 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 “투자 의욕 꺾지 말라”
도입 시기·과세 기준 수정 불가피
국내 펀드 역차별 문제도 손볼듯
거래세 완전 폐지 가능성은 낮아
2023년부터는 국내 상장주식으로 2000만원 넘게 번 투자자에게 2000만원을 뺀 나머지 양도차익에 대해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내게 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현재는 종목별로 10억원 이상을 보유하는 등 대주주 요건을 갖춘 투자자에게만 양도세를 물린다. 대신 현행 0.25%인 증권거래세(농어촌특별세 포함)는 2022~23년 두 단계에 걸쳐 0.1%포인트 낮출 계획이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런 개미 투자자를 달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금융 세제 개편 방안의 무게 중심을 ‘세제 선진화’가 아닌 ‘주식시장 활성화’에 뒀다. 불합리한 과세 체계 조정에 초점을 맞췄던 정부는 기존 안을 손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증권가에선 투자자의 불만과 혼선이 큰 만큼 금융소득과세 시행 시기를 늦추거나, 금융투자수익 과세 기준선을 조정할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또 공청회 등에서 증시 전문가들이 제기한 수정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펀드 역차별 문제가 대표적이다. 정부 안은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와 펀드 양도소득에 기본공제를 두지 않았다. 직접 투자는 수익에서 2000만원을 빼고 세금을 물리지만, 펀드로 돈을 벌면 1원부터 세금을 매긴다는 얘기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시장에서 주식과 펀드는 대체재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공모펀드 대부분이 상장채권과 상장주식으로 운영하는 만큼 공모펀드와 상장채권에도 소득 2000만원까지 공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 원천징수 주기를 월별이 아닌 반기나 연간 단위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오무영 금융투자협회 산업전략본부장은 “월별 원천징수를 하면 투자자의 투자 금액이 감소하고 납부 세금 환급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돼 징수를 피하기 위한 회피 거래 같은 불필요 거래가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증권거래세의 경우 정부가 존치 입장을 거듭 밝힌 만큼 완전한 폐지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청회 등에서 제기된 의견 등을 반영해 다음 주에 확정된 정부 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