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의 소비도 달랐다. 12일 오후 10시 현재 서울광장 분향소엔 2만300여 명이 조문했다. 가족과 함께 찾은 60대 김모씨는 “시민으로서 기본적인 도리로 왔다”고 했다. 백선엽 분향소를 만든 보수단체 일파만파의 김수열 회장은 “백 장군을 편안하게 분향하고 싶은 사람이 많은데 추모 공간이 마련된 게 전혀 없어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박원순 빈소에 당정청 인사 총출동
여당, 백선엽 별세 공식논평 안내
김종인·안철수, 박 시장 조문 안해
야당 “백 장군, 서울현충원 모셔야”
이에 비해 성추행 의혹을 두곤 이 대표가 지난 10일 기자에게 “나쁜 자식”이라며 격분한 게 대표적이다. 여권 지지자들에 의한 고소인 비난 발언도 이어졌다. 서울특별시장(市葬)이어야 했냐는 논란에 대해선 박홍근(장례위 공동집행위원장) 민주당 의원은 “고인의 삶을 추모하고자 하는 수많은 시민의 애도와 마음도 최대한 장례에 담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친노의 부활 지켜본 정치권, 사자의 정치에 매달려”
통합당은 대신 백선엽 장군을 부각했다. 장례 절차(육군장)와 장지(대전현충원) 모두 백 장군에게 걸맞지 않다는 게 통합당 주장이다. 서울현충원에 묻힌 전우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백 장군의 뜻에 따라 준비했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대전현충원으로 장지를 바꿨다는 것이다. 이날 통합당에선 “국군의 초석을 다진 백 장군을 동작동 서울현충원에 모시지 못한다면 이게 나라인가”(주호영 원내대표), “파렴치한 의혹과 맞물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치단체장은 대대적으로 추모하면서, 구국의 전쟁 영웅에 대한 홀대는 도를 넘고 있다. 국가장으로 격상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얘기”(신원식 의원) 등의 발언이 나왔다.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는 백 장군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 조문 요구도 나왔다. “영웅에 대한 국군 통수권자의 응당한 사명”(윤상현 무소속 의원), “대통령은 편협한 붕당적 사고를 뛰어넘어야 한다”(하태경 통합당 의원)는 이유다.
여야가 ‘사자의 상징 정치’에 매달리는 걸 두고 정치권과 학계에선 “사자의 정치학이 파괴력이 크다는 걸 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 사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거론된다. 엄경영 시대경영연구소장은 “서거 이후 노 전 대통령의 과오가 모두 용서되는 분위기가 형성돼 친노 진영이 되살아났다”며 “유명인의 죽음이 진영 간 대립에 이용·활용되는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내년 4월 보선에서 ‘박원순’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컨설턴트는 “내년 서울시장 보선은 박원순이라는 ‘상징’을 긍정하는 세력과 비판하는 세력의 한판 대결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영익·김기정·권혜림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