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밤 전 비서에 성추행 고소당해
어제 딸 “극단선택 암시” 실종신고
7시간 만에 삼청각 인근서 찾아
검은 바지·모자에 배낭 메고 외출
9분 뒤 와룡공원서 CCTV 찍혀
드론 투입 수색…경찰견이 발견
오후 5시35분부터 수색에 나선 경찰은 4개 기동대와 3개 경찰서, 소방특수대 등 700여 명의 인력과 드론, 경찰견 등을 투입해 박 시장의 소재를 찾았다. 또 서울소방본부도 경찰과 함께 성북동 길상사 일대, 와룡공원, 국민대 입구, 팔각정, 곰의 집 등을 수색했다.
이병석 성북서 경비과장과 정진항 성북소방서 현장대응단장은 이날 오후 10시30분쯤 수색상황 중간 합동브리핑에서 “산 내부가 깊어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가능한 한 오랜 시간 수색한 뒤 성과가 없으면 내일 오전 헬기를 동원해 수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시장은 오전 10시44분쯤 종로구 가회동 소재 시장 관사에서 나와 외출했다. 당시 박 시장은 어두운 색 점퍼와 검은 바지, 회색 신발을 착용하고 검은색 모자에 배낭을 메고 외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박 시장이 전날(8일) 밤 전직 비서로부터 경찰에 성추행 고소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박 시장의 전직 비서라고 밝힌 A씨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됐다. A씨는 변호사와 함께 8일 밤 경찰서를 방문해 9일 새벽까지 관련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고소인 A씨는 “2017년 비서로 일하기 시작하고나서부터 성추행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몸 안 좋다” 일정 취소, 오전 10시44분 관사 나서
경찰은 피해자 조사 후 박 시장의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 사건 수사팀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8일 민갑룡 경찰청장 등 수뇌부에게 해당 사안을 긴급 보고했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피소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박 시장은 이날 오전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9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서울시청 펜싱팀 선수단 합숙소 현장을 점검하는 일정이 취소됐다. 오후 4시40분의 김사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과의 면담도 취소했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아침에 시장님이 몸 컨디션이 안 좋아서 (오늘) 일정을 취소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일정 취소는 시청 출입기자들에게도 공지됐다고 한다.
박 시장은 여권의 유력한 대권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혔다.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된 뒤 대구지검 검사로 임용됐지만 사형 집행 장면을 참관하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6개월 만에 사표를 냈다.
이후 박 시장은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다 참여연대를 설립하고,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를 운영하면서 우리나라 시민운동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박 시장은 2011년 10월 서울시장 재·보선을 통해 정치에 입문했다. 당시 안철수 교수와 단일화를 이루고 선거에 뛰어들었고,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이후 내리 세 번 연속 서울시장 자리를 지키면서 역대 최장수 재임 기록을 세웠다.
박 시장의 사망 소식에 서울시는 충격에 빠졌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행정1부시장을 중심으로 4급 이상 간부를 전원 대기하도록 했다. 시청 직원들도 대부분 퇴근 시간이 지나서도 사무실을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