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랬던 것은 없다"- '입도조(入島祖)' 사진전

중앙일보

입력 2020.07.09 18:13

수정 2021.09.27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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入島祖입도조_싸주_110x150cm_박정근

 제주도에 머물며 ‘4.3 유족 초상 연작’과 ‘잠녀’ 등 제주가 품고 있는 역사와 다양한 이야기를 주제로 작업하는 사진가 박정근의 ‘입도조’ 전시가 7월10일부터 8월1일까지 제주시 한림읍 저지문화예술인마을 내 파파사이트에서 열린다. 
  
‘입도조(入島祖)’는 섬에 처음으로 정착한 각 성(姓)씨의 조상을 이르는 말인데, 박정근 작가는 작업노트에서 “나고 자라 터를 이룬 장소를 등진 후 섬을 밟아, 섬에서 나고 자라 터를 이루는 자손의 첫 조상이 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入島祖입도조_수리 장즈_110x150cm_박정근

 
하지만 치열한 경쟁에 지친 청년 세대들이 제주의 자연에 이끌려 이주를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지만 현실로서의 정착은 녹록지 않다. 주민등록을 제주도로 옮기고 실제 거주하고 있지만 이곳에서도 불안과 소외, 사회적 무질서, 분노 등을 겪는 ‘불안계급’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매력적인 제주의 자연에 둘러싸여 있지만 안정적 경제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채 주변부를 부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入島祖입도조_김태유싸주_110x150cm_박정근

 
 
하지만 작가는 현재에서 한발 더 나아간 미래를 본다. 제주의 야자수와 감귤이 원래 제주의 것이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나 마치 처음부터 제주의 것인 양 인식되는 것처럼 청년세대 입도조들도 시간이 지나면 제주의 그것으로 스며들 것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入島祖입도조_新당_110x150cm_박정근

 
어떤 것도, 어디에도 ‘원래 그랬던 것은 없다’고 말하는 작가는 ‘사람이건 자연이건 중산간의촌스러운 조형물이건 본디 제주 토박이라는 것이 있었던가.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이물감을 내뿜는 청년세대 입도조들도 야자수나 감귤이 그랬듯이 제주 풍경에 붙박이로 스며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入島祖입도조_중산간 여신_110x150cm_박정근

 
이번 전시는 제주 마을의 이웃으로 살아가는 작가들과 파파사이트 전시디자이너 파파킴, 기획자 조이 등이 연대해 전시를 통해 동시대의 제주를 조명하는 ‘제주로컬미학LAB’ 프로젝트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