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업계는 이 같은 인기가 산업계 전반에 불고 있는 ‘뉴트로(New-tro)’ 열풍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결합한 신조어다. 옛 것을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뜻한다. 예컨대 곰표 밀맥주는 대한제분의 하얗고 커다란 밀가루 포대를 장식한 곰표라는 두 글자와, 60년 넘은 브랜드 마스코트 ‘표곰’을 캔 겉면에 넣어 복고 감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사진·영상 공유를 즐기는 20~30대가 이 캔의 복고 감성에 매료돼 제품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데이터 분석 업체 코난테크놀로지에 따르면 곰표라는 키워드로 이달 1~9일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게시물만 1200개가 넘었다.
‘새로움+복고’ 열풍 전방위 확산
수제 곰표 밀맥주, 진로이즈백 불티
디자인 바꾼 내복은 발열 내의 변신
00년대 히트 게임 리니지2M 부활
“신세대는 새로운 제품으로 느껴
소비 위축 속 인기 더 거세질 것”
외식 업계에선 중·장년층 이상은 물론, 젊은 세대까지 겨냥한 떡집과 양갱 디저트 카페가 등장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떡과 양갱이라는 흔한 복고풍 간식을 SNS에도 찍어 올릴 수 있도록 다양한 빛깔의 식재료로 장식한 것이 인기 비결이다. 오프라인 디저트 카페로 서울 을지로의 ‘적당’과 연희로의 ‘금옥당’, 온라인에선 ‘청년떡집’ 등이 화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14년 820억원 규모였던 국내 떡 소매 시장은 2018년 1281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주류 업계는 복고풍 디자인에다 요즘 젊은 세대 취향에 맞게 알코올 도수는 낮춘 소주를 앞세워 이런 뉴트로 열풍에 동참했다.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출시한 ‘진로이즈백’은 과거 약 25도였던 알코올 도수를 16.9도로 낮춘 소주다. 그러면서도 50~60대 소비자에게 익숙한 1970년대 진로 소주의 두꺼비 마스코트와 병 디자인을 적용, 20~60대에게 두루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1월 누적 판매량 1억병을 넘어섰다.
#게임 업계도 뉴트로 열풍을 체감하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주가가 50만원대에서 80만원대로 오른 엔씨소프트는 2000년대 히트작 ‘리니지2’의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만든 모바일 게임 ‘리니지2M’으로 매출을 늘리고 있다. 과거 PC로 리니지를 즐겼던 40~50대, 모바일 게임에 더 익숙한 20~30대를 모두 포섭한 결과다.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약 85%가 리니지 IP에서 발생했다. 이 밖에 뉴트로 열풍과는 동떨어진 업종으로 보였던 금융업도 영향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SBI저축은행은 지난 달 서울 노원지점을 재개장하면서 대기 공간을 ‘청춘당’이라 이름 짓고 옛 카페 콘셉트로 꾸몄다. 지점 방문 소비자들이 모여앉아 커피 등 음료를 마시면서 쉴 수 있어 호응이 좋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산업계의 뉴트로 열풍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뉴트로 제품과 콘텐트는 신세대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들을 끌어당겨 특정 세대만이 아닌 거의 전 연령대를 고루 공략할 수 있다는 게 기업 입장에선 뉴트로 전략의 큰 이점”이라고 분석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코로나19 이전 그리운 과거를 되새기면서 즐기는 마음을 갖게 유도하면서 뉴트로가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 소비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