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낙 vs 반낙’ 당권 갈등 모락모락…이낙연 측 “당분간 코로나 집중”

중앙일보

입력 2020.06.13 00:27

수정 2020.06.13 00:39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이해찬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8월 29일로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친낙(친이낙연) 대 반낙(반이낙연)’ 구도로 흐르면서 당내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당권·대권 분리론을 고리로 이낙연 의원을 향한 압박이 거세지고 이에 이 의원 측이 “대세는 이미 정해졌다”고 반박하는 등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갈등의 양대 축은 ‘조건부 대권 포기’ 카드로 반낙 전선의 한 축으로 떠오른 김부겸 전 의원과 이 의원이다. 양쪽에서는 당권 경쟁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과열 양상을 보이자 상황을 수습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김 전 의원은 “이 의원은 당의 아주 귀한 자산인 만큼 공격해서 상처를 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나도 무척 조심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논란이 되고 있는 당권·대권 분리 문제를 의식한 듯 “이 의원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있더라도 현실적인 이유로 당이 지켜온 민주적 원칙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 측 “대세 이미 정해졌다”
김부겸은 ‘조건부 대권 포기’ 맞불
이·김 회동 언제 성사될지도 관심

이 의원 측은 “당분간은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 임무에 전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관심이 모아지는 이 의원의 전대 출마 선언도 오는 22일 전북 전주에서 열리는 지역 간담회와 24일 활동 보고 등 국난극복위 일정이 모두 마무리된 뒤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이 의원 측 핵심 인사는 “코로나19 국난 극복에 집중해야 할 상황에 당권 레이스가 지나치게 과열된 측면이 있어 당분간은 당권 문제가 정치 의제화되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과 가까운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코로나19를 앞에 두고 단합된 힘으로 가야지 당내 분열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자중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대세는 이미 정해져 있다. 대세에 따라 재집권할 수 있도록 쉽게 쉽게 가자”는 말을 남겼다. ‘대세’는 이 의원을 의미한다. 그러자 당내에선 설 최고위원의 발언이 오히려 친낙 대 반낙 갈등을 심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분열 자제를 요청하는 것 자체가 더 이상 당권·대권 분리 문제를 언급하지 말고 이 의원을 받아들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선 당분간 자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당권 레이스가 본격화할 경우 ‘친낙 대 반낙’ 갈등 구도가 재연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권·대권 분리를 앞세운 공세가 강화되면서 이 의원 지지 세력이 결집하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이 의원이 발의한 ‘1호 법안’인 재난안전기본법 개정안에 김진표·박광온·박주민·박홍근·윤관석·조정식 의원 등 56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한 게 대표적이다.


이 의원과 김 전 의원의 회동이 언제 성사될 것이냐도 관심사다. 이와 관련, 이 의원 측 인사는 “최근 당권을 둘러싼 갖가지 추측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 전 의원을 만나면 괜한 억측과 추측만 낳게 된다”며 “당분간 코로나19 대응에 주력하고 양측의 고민과 입장이 정리된 뒤 만나서 정제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도 “이 의원 쪽에서 언제 어떤 결론을 내릴지 모르기 때문에 시기를 못박을 순 없다”면서도 “만날 때가 되면 반드시 만나겠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