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서 숭례문까지 배가 들어온다면…

중앙일보

입력 2020.06.1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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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산수-서울 물길 ⑤ 서대문·용산 일대

비행산수 6/13

한강에서 용산을 거쳐 숭례문까지 뱃길을 만드는 논의가 있었다. 조선 태종 때의 일이다. 건국 초라 여력이 없어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60년 전 지도만 봐도 수긍이 가는 계획이다. 만초천을 파고 넓혀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면 된다.
 
만초천은 인왕산과 안산 사이를 가르는 무악재에서 출발한다. 영천시장~적십자병원~이화외고~서울역~삼각지~용산전자상가를 거친다. 한강으로 들어가기 전 남산에서 내려오는 두 개의 물줄기와 몸을 섞는다. 하나는 숙대입구 굴다리 아래를 빠져나와서, 다른 하나는 용산 미군기지를 관통해서 삼각지에서 만난다. 조선 시대만 해도 물이 맑아 밤에는 게 잡는 불이 밝았단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1967년부터 복개를 시작했다. 지금은 대부분 아스팔트 밑에 묻혀있다. 미군기지 영내, 남영역에서 용산역 사이 150m 정도만 열려있다. 그 틈으로 들여다보니 긴 터널을 빠져나온 물에서 퀴퀴한 냄새가 풍긴다.
 
그림 오른쪽 여백이 미군기지다. 몽골군, 왜군, 청군, 일본군, 미군이 차례대로 주둔해온 수난의 땅이다. 곧 우리 품에 온전히 안긴다. 용산역 왼쪽 여백은 개발 문제로 시끄러운 정비창 부지다. 코로나19 이후 도시 구조를 놓고 다양한 이야기가 오간다. 새의 눈으로 보면 ‘그린 뉴딜’의 새로운 시각이 열린다.


그림·글=안충기 아트전문기자 newnew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