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2년 4개월 만에 다시 구속 위기에 처했다. 삼성은 총수 부재의 위기를 맞으면서 다시 긴 침묵 속에 빠졌다. 이 부회장은 8일 오전 10시쯤 마스크를 쓴 채 영장 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장인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아무런 답변 없이 법정으로 향했다.
침묵 속 대 언론 호소문 내기도
삼성전자의 대외 창구인 커뮤니케이션팀은 지난 5∼7일 사흘 잇달아 입장문을 냈다. 검찰의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 등이 시세조종 등 불법 행위를 했다"는 논리를 적극 방어했다. 7일에는 대 언론 호소문을 통해 "삼성으로서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위기 상황에서 장기간에 걸친 검찰 수사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은 위축돼 있다"며 "한국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삼성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사원들까지 익명 게시판에 회사 걱정 글 올려
실제로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뇌물공여 혐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에도 미국 출장은 가지 않았다. 국정농단 사건 이전만 하더라도 이 부회장은 미국 투자은행 '앨런앤컴퍼니'가 주최하는 앨런앤코 미디어 컨퍼런스(선밸리 컨퍼런스)에 매년 참석해 팀 쿡 애플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을 만났다.
이 부회장, 영장심사 후 서울구치소서 대기
이 부회장의 영장 심사 결과는 이르면 8일 밤, 아니면 9일 새벽에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한다. 구속 영장이 기각되면 귀가하지만 발부되면 그대로 수감된다. 최지성 옛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도 함께 법원의 영장 판단을 기다린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