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머니] ‘다시 으르렁’ 미‧중…강(强)달러 시대 당분간 더 간다

중앙일보

입력 2020.05.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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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박스권’이 깨졌습니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44.2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최근 두 달간 1210~1235원 선을 맴돌다가 두 달 만에 최고 수치입니다. 26~27일 소폭 떨어졌다가 28일 다시 1240원대로 반등하면서, 유튜브와 각종 커뮤니티에선 ‘강(强)달러 시대인 지금 달러를 사야 한다’는 게시글과 문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달러, 왜 오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을 붙였고, 미‧중 갈등이 기폭제가 됐다. 기축통화인 달러는 경제 위기가 오면 투자금이 몰리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지난 3~4월 간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휘청이면서 인기가 높아졌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학습 효과다.
 
=국내에선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기 시작한 3월부터 달러 인기가 치솟았다. 글로벌 경제위기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다른 자산의 가치가 폭락했지만 달러 수요는 급증했다. 3월 장중 한때 원‧달러 환율이 129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국내 거주자의 달러예금 잔액은 680억 달러로 전월 대비 35억4000만 달러 늘었다. 3월(59억2000만 달러 증가)에 이어 두 달 연속 큰 폭의 증가다.
 

#제대로 붙은 G2, 또 뛰는 달러 

=최근 코로나19 발원지를 놓고 미국과 중국 간 책임론이 거세다. 여기에 중국이 28일 홍콩 반정부 활동 등을 감시하는 내용의 국가보안법을 처리하면서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국제 외환시장이 출렁이면서 달러의 몸값은 더 뛰고 있다.
 
=미·중 갈등은 원화 약세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 25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달러 대비 위안화 고시 기준환율을 7위안을 넘긴 7.1209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자 함께 아시아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원화가치도 떨어졌다. 코로나19로 국내 시장에서 대거 이탈한 외국인 투자 자금이 추가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26일 달러가치 상승을 예상하는 유튜브 채널들. 유튜브 캡처

#어떻게 투자하나

=달러 투자 방법 중 가장 손쉬운 건 달러를 원화처럼 맡겨 이익을 내는 ‘달러예금’이다. 환율이 오르면 환차익도 낼 수 있는 데다, 비과세 혜택도 있다. 단 최근 은행권 달러 보유고가 넉넉해지면서 달러 예금 금리가 0%대로 크게 떨어졌다. 현재로썬 매력이 떨어진다.


=달러가치 상승에 베팅하는 파생상품인 ‘달러ETF(상장지수펀드)'나 ’달러ELS(주가연계증권)'도 있다. ETF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의 변동에 따라 가격이 변하는데, 원‧달러 환율을 그대로 따라가거나 2배로 따라가는 ‘레버리지’ 상품이 있다. 달러ELS는 이자수익에 더해 환율이 오르면 환차익도 볼 수 있는 상품이다. 잘 되면 큰 수익을 얻겠지만,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이다.
 
=보험료 납입과 지급을 달러로 하는 달러 보험도 최근 인기다. 장기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단 보험료 납입 기간 동안 환율이 계속 올랐는데 보험금을 수령하거나 해지할 때 환율이 내릴 경우엔 납입금 대비 낮은 보험료를 받게 될 위험이 있다.
 

#달러 계속 오를까

=다수의 전문가는 달러 강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여파가 잠잠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데다, 중국의 홍콩보안법 처리에 대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관계를 끊을 수 있다”고 예고하는 등 미·중 갈등 격화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시장에서 더 빠져나가면 원화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진정세가 반복되는 외화자금 시장 여건을 고려하면 원화 약세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봤다.
 
=단 미국도 달러 강세를 조절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달러 가치가 너무 높으면 중국과 무역전쟁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소병은 NH선물 연구원은 “미국 대선까지 미‧중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데, 상승 흐름은 선(先)반영됐다”며 “(달러가) 이전 같은 급등세를 보이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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