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부천오정물류단지 내 쿠팡 신선센터(왼쪽)와 이 물류센터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23일 이 센터 식당에 칸막이가 설치돼 있지 않은 모습. 뉴스1·연합뉴스
“일용직은 신발·방한복 돌려썼다”
27일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 운영중단 안내문이 붙어있다. 심석용 기자
A씨는 “계약직은 개인 안전화·방한복을 따로 지급했지만, 일용직은 안전화·방한복을 공용으로 썼다”고 말했다. 쿠팡에 따르면 물류센터 근무자는 크게 인사 등 사무직 업무를 맡은 정규직과 물품 분류·포장 등을 하는 단기 계약직, 그리고 원할 때 신청해 근무하는 일용직으로 나뉜다.
A씨는 “방한복 같은 경우 오전조가 벗고 간 걸 오후조가 그대로 입었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감염에 취약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신발은 살균 건조기에 있었지만, 효과를 기대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A씨의 주장은 방역 당국의 발표와도 일치한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이날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물류센터 내) 작업자들이 쓰는 모자 또는 작업장에서 신는 신발 등에서 채취한 검체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구내식당도 문제였다”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23일 이 센터 식당에 칸막이가 설치돼 있지 않은 모습. 연합뉴스
B씨는 쿠팡 발(發) 집단 감염의 원인 중 하나로 구내식당을 지목했다. 그는 “사람들이 서로 친해지면서 밥을 붙어먹곤 해 감염에 큰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근무자들이 같은 버스를 타고 이동했던 점도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날 권 부본부장의 “식당이나 흡연실에서 충분한 거리 두기와 생활 방역수칙이 이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발언을 뒷받침한다.
쿠팡 관계자는 “물류센터는 지역마다 규모 등은 다르지만, 운영 방식은 비슷할 것”이라면서도 “방역 당국의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 측은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오후 9시 기준 쿠팡 부천 물류센터 확진자는 모두 96명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인천 39명, 경기 38명, 서울 19명이다. 이처럼 쿠팡 부천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속하게 번지자 정부는 다음 달 14일까지 수도권 공공·다중시설의 운영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등 방역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