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원내대표의 완승이었다. 통합당 당선인 84명(미래한국당 제외) 중 무려 70.2%의 지지를 받았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의 핵심 변수인 영남(56명)과 초선(40명)의 표심이 주 원내대표에게 쏠렸다는 평가다. “토론 시작 후 5분 만에 마음을 정했다. 선거 패인 분석 등에서 주 후보쪽 의견에 더 공감이 됐다”(수도권 초선 의원)는 반응이 나왔다.
‘수퍼 여당’ 맞설 통합당 새 원내대표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폐지 안 돼
미래한국당과 통합 빠르면 좋아
혁신비대위 기간 갖고 운영 바람직
5선까지 가는 길이 순탄치 만은 않았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당선인 대변인과 특임장관 등을 지내 원조 친이계 인사로 분류된다. 친박·비박계 갈등이 극심했던 20대 총선(2016년) 때는 공천에서 배제되자 탈당했고 이후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복당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바른정당으로 탈당하기도 했다. 이후 바른정당 초대 원내대표를 맡았지만 보수 통합을 명분으로 그해 11월 당시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다.
주 원내대표는 당선 인사에서 “우리 당은 바닥까지 왔다. 1∼2년 안에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재집권할 수 없고 그야말로 역사에서 사라지는 정당이 될 것이라는 절박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황교안 전 대표 사퇴 후 공석인 당 대표의 권한도 대행한다. 주 의원은 당장 ①거대 여당과의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은 물론 ②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여부에 대한 결론 ③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의 합당 ④무소속 당선인 복당 문제 등 다양한 숙제를 안게 됐다. 주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 거대 여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할 건가.
- “현실적인 의석 차이를 인정하고 국정에 협조할 건 과감하게 협조하겠다. 하지만 소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으면 국가 운영에 큰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여당이 명심해 줬으면 한다. 김태년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협상 경험도 많고 정책위의장도 지내 상생과 협치를 위한 틀을 잘 만들어나갈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김 원내대표도 이날 주 원내대표에 대해 “대표적인 국회의 신사로 내공이 아주 깊은 분이다. 좋은 파트너를 만났다고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김 원내대표가 공약으로 내세운 국회 법사위의 법안 체계·자구 심사 권한 폐지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심사권을 법안 지연 수단으로 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1년에 위헌 법안이 10건 나온 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체계·자구 심사를 없앤다는 건 위협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나.
- “실패를 성찰하고 반성할 기회도 갖지 않은 채 8월 이전에 조기 전당대회를 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혁신 비대위가 어느 정도 기간을 갖고 운영되는 것이 맞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는 가까운 시일 내에 찾아뵙겠다. (비대위 활동 기간을 8월까지로 제한한) 당헌 개정은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김 내정자와도 상의해 조속한 시일 안에 방안을 찾겠다.”
- 미래한국당과의 통합 문제는.
- “(통합이) 가급적 빠르면 좋다고 생각한다. 미래한국당 지도부와 협의하도록 하겠다.”
- 홍준표 전 대표와 권성동 의원 등 무소속 당선인 복당 문제는.
- “복당 신청을 하면 시·도당과 최고위 승인 과정을 거치게 돼있는 만큼 그 협의체에서 결정을 하되 원칙적으로 빠른 복당이 바람직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주 원내대표는 여의도연구원 등 당 조직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정비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면 된다”는 상황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의 시대에 이미 과학이 된 선거를 우리는 우리만의 폐쇄된 신념으로 민심을 파악한 뒤 승리를 예상했다”며 “여의도연구원을 제대로 된 정책·정보 센터로 조속히 개편하겠다”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또 태영호·지성호 당선인을 국회 국방위와 정보위 등 외교안보 관련 상임위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과 관련, “위원회에 있기 어려운 사정이 생기면 몰라도 국민의 다수 총의에 의해 당선된 국회의원에 대해 다른 정당이 ‘어느 상임위에 가는 게 맞다, 맞지 않다’고 언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TK 출신 원내대표 선출로 인한 ‘영남 자민련’ 전락 우려에 대해선 “어려울 때마다 우리 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준 영남 지지자에게 ‘영남당이 된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우리를 가두는 자해적·자학적 발언”이라고 맞받아쳤다.
한영익·윤정민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