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네모난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된 두부가 마트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지금의 플라스틱 포장 두부는 어떻게 등장한 걸까. 한국 최초 포장 두부의 탄생은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의 장수 브랜드] 37. 풀무원 두부
채소 팔려고 판매한 미끼 상품
대표적인 서민 식품이던 당시 두부는 판두부에서 한 모 잘라 신문지로 싸거나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팔았다. 하지만 두부에 신문 잉크가 붙거나 유통기한도 알 수 없어 위생 문제가 있었다.
대개 수입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저장과 운반을 하려고 유독성 방부제를 쓰는 경우도 있었다. 콩과 콩기름을 짜고 남은 콩비지를 섞어 품질도 낮은 데다 두부 응고제로 석회의 일종인 황산칼슘을 섞어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국산콩 두부에 제조원·유통기한 표시
풀무원의 포장두부 역시 처음엔 한 모 한 모 잘라 생수를 담은 비닐봉지에 담아주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물봉지는 부피가 너무 크고 무거운 데다 운반 도중 터지기도 하고 쉽게 망가졌다.
고민 끝에 1987년 국내 최초로 네모난 플라스틱 용기를 개발했다. 부피가 작아 트럭에 두 배 이상 두부를 실을 수 있었고 파손율도 낮아졌다. 현장에서는 두부가 사각으로 각이 맞춰져 수량 세기도 쉬워졌다. 이렇게 세상에 나온 풀무원 두부는 중산층 주부의 호응을 얻었지만, 문제는 기존 두부의 배 이상인 가격이었다.
고급화에서 대중화까지…효자 상품 됐다
풀무원 두부 제품은 지난해 국내 시장의 약 47%(닐슨 기준)를 차지했다. 풀무원 안에서도 대표적인 효자 상품이다. 풀무원 두부는 지난해 (주)풀무원의 자회사인 풀무원식품 매출에서 가장 많은 약 20%를 차지했다.
이런 뒷심은 꾸준히 개발해온 기술력 덕분이었다. 두유가 뜨거울 때 간수(응고제)를 넣고 식히는 기술을 개발해 고소한 맛을 유지하고, 기공을 없애주는 기술을 개발한 덕분에 소포제나 유화제 등 첨가물도 쓰지 않는다.
출고 전 두부의 중심 온도(심온)를 5℃까지 내려주는 마지막 공정단계로 국가의 미생물 규격인 10만 마리의 만분의 1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최초’ 행진도 이어가고 있다. 2006년 국내 식품업계 최초 ‘완전표시제’ 시행, 2007년 냉장식품 업계 최초로 유통기한ㆍ제조일자 병행표기, 2015년 식품업계 최초로 유기농 두부 2종에 탄소중립제품 인증 등이다.
美 두부시장 75.4%…세계 1위로
진출 초기에는 주로 한국 교포 시장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수출에 그쳤지만, 2000년대부터 인수합병을 통해 현지 제조ㆍ유통 기반을 확대하는 데 주력한 결과다. 두부는 환경 문제가 대두하면서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적은 ‘식물성 단백질’로 인기를 끌었다.
두부는 아침에 사서 바로 소비해야 한다는 중국인들의 고정관념을 고려해 월요일 두부부터 일요일 두부까지 요일별로 두부의 라벨을 달리한 것이 주효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이제 세계 1위 두부 기업의 위상을 확고히 하며 글로벌 로하스 기업으로 더욱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