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615억 유치 비결은 괴짜 교수

중앙일보

입력 2020.05.0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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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카이스트의 시간

이광형, 카이스트의 시간
심재율 지음
김영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광형(66) 교수(바이오뇌공학과·문술미래전략대학원 석좌)에게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괴짜 교수의 실제 모델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20년 전 드라마 ‘카이스트’에 나왔던 박기훈 교수가 그를 극화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기부금 615억원을 유치해 세계적으로 드문 뇌공학·미래학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가치 있는 일로 통한다.  
 
넥슨·네이버·아이디스·네오위즈 등 그의 연구실 출신 제자들이 창출한 일자리는 7000개로 추산된다.


신간은 30년간 인연을 맺어온 저자가 이광형 교수의 인생철학을 탐구한 책이다.
 
한국의 미래를 개척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인물의 전기(傳記)를 쓰면서, 사회를 바꾸는 개혁의 동력과 이를 가능케 한 리더십의 비결을 찾는 데 공을 들였다. 가령 이 교수의 리더십을 9가지로 요약했다. 꿈, 대의, 신의, 끈기, 정도, 본질, 시야, 인내, 존재, 이렇게다.
 
대개 ‘개혁’이라는 단어는 무언가를 송두리째 바꾸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저자가 진단한 이 교수의 개혁의 행로를 따라가다 보면 통상적인 의미의 개혁과는 이질적인 대목을 만나게 된다.
 
책에 따르면 이 교수의 과거사는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로버트 러플린 제12대 KAIST 총장이 바이오시스템학과(현 바이오및뇌공학과)를 폐과(閉科)하려 했던 대목은 일종의 비사다. KAIST에 대한 사서(史書)급의 가치가 있다. 그런 시도에 맞섰던 이 교수의 대응이 몰입감을 높인다.
 
서남표 제14대 KAIST 총장의 개혁에 대한 학내 구성원 시각도 엿볼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당대표와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에 얽힌 세간의 오해도 기록했다. 민감한 사건들을 화려하지 않은 담담한 필체로 기록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