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 무대가 주목하는 독특한 신인 비킹구르 올라프손(36·아이슬란드)의 최신 음반 ‘드뷔시ㆍ라모’다. 그는 두 작곡가의 작품을 하나하나 골라 자신만의 방법으로 재배치했다. 첫 곡인 드뷔시 ‘축복받은 여인’의 정적으로 시작해 라모의 ‘새들의 지저귐’ ‘마을 사람들’을 배치했다. 그는 앨범의 해설지에 “꿈결 같은 전주곡이 끝나고 새들이 사는 어스름한 숲, 자연과 마을의 생생한 장면이 펼쳐지는 것”이라 썼다.
올라프손은 작곡가가 작곡한 묶음대로 모아서 연주하거나 그 순서대로 녹음하지 않는다. 2017년 데뷔 앨범에서는 필립 글래스의 연습곡을 9ㆍ2ㆍ6ㆍ5번 식으로 연주했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따라 재배열하는 음반에서 독특한 해석과 정확한 메시지를 전하는 그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아이슬란드의 글렌 굴드”라고 했다. 캐나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가 음반 녹음으로 스타가 됐으며 말년에는 무대를 피하고 완벽한 녹음에 집착했던 것을 빗댄 것이다.
결과물은 신선하고 낯설다. 앨범 전체가 하나의 연극 공연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각화됐다. 이 독특한 인상은 올라프손이 가진 음악 공감각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 그는 음을 들으면 색채가 보이는 감각을 가진 사람 중 하나다. “나에게 ‘도ㆍ레ㆍ미ㆍ파’는 ‘흰색, 갈색, 녹색, 파랑’”이라고 했다. “음과 연결된 색은 음마다 늘 동일하게 떠오르는데 그 색이 매우 강렬하다. 공감각에 대해 얘기하면 조금 미친 사람처럼 보이는 것 같지만, 어쩌면 피아노를 가르쳤던 어머니 덕에 한두살부터 음악을 들었기 때문에 생긴 게 아닐까 싶다.”
2017년 첫 음반을 낸 후 올라프손의 앨범 트랙은 늘 화제가 된다. 바흐를 주제로 한 음반에서도 순서를 섞고, 직접 편곡해 연주하고, 다른 종류의 작품집에서 음악을 가져와 붙여 연주했다. 그는 “음반 녹음을 정말 좋아한다. 마이크와 절친한 친구가 된 기분”이라며 “머리 속에 늘 4~5개의 녹음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약 일 년 반마다 음반을 발매해온 올라프손은 “다음 앨범의 주제도 결정했다”며 “아직 공개할 수는 없지만 두 명 이상의 작곡가가 들어간다”고 했다. 이어 “바로크, 인상주의, 현대 작곡가가 아닌 다른 시대라는 건 알려줄 수 있다. 위대한 천재인 한 명을 중심으로 다른 곡들을 큐레이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